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뚝 끊겼던 조기유학 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요즘 서울 강남에 밀집한 유명 유학원들에는 초.중.고등학생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내는 길을 묻는 전화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이달초 교육부가 조기유학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겠다고 밝힌 이후
그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식 유학 외에 방학을 이용해 한달 정도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선진국 가정에 민박형태로 머물면서 해당 국가의 말과 문화를 익히는 이른바
"홈스테이" 프로그램도 각광을 받고 있다.

<> 조기유학 다시 성황 =22일 서울 서초동의 K유학원 복도에는 중학생
해외유학 상담을 받으려는 부모들이 복도의자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상담자들이 몰리는 오후시간에는 한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올초까지만 해도 유학원들이 파리를 날리고
있던 것과는 대조적인 장면이다.

조기유학에 대해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한 직원은 "지난해에는 조기유학과
관련된 문의가 하루 10여건도 안됐으나 요즘은 하루 1백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특히 교육부가 지난 9일 초.중.고교생들의 조기유학을 전면
자유화하겠다고 발표한 뒤부터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학원을 찾은 주부 최모씨는 "남들이 다 관광비자를 얻어 편법으로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낼 때도 남편이 공직에 있다는 이유로 보낼 수 없었다"
며 "내년에 조기유학이 허용되면 둘째 아들만큼은 합법적으로 유학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겨울방학을 앞두고 "홈스테이" 프로그램도 중상류층 초중고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논현동의 홈스테이 알선전문기관인 C사는 지난해 2백명 정도의
초중고생을 외국의 가정과 연결시켰으나 올해는 이미 60명을 확보했으며
방학전까지 3백명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환위기로 학비가 치솟는 바람에 일부 유학생들이 중도 귀국하던 때와는
천양지차다.

<> 왜 다시 살아나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경기회복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교육체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하던차에 살림이
다소 펴지고 환율도 안정되자 "차제에..."로 돌아섰다는게 학원가의
분석이다.

국내 학교에 보낼 경우 교육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것이라든가 "유학을
가면 최소한 영어는 확실히 배워온다"는 영어학습 열기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교육부의 조기유학 전면자유화 발표다.

이 조치로 예.체능 특기생이 아니더라도 27세 정도까지는 얼마든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어 조기유학의 최대 걸림돌이 사라졌다.

송금제한도 풀려 합법적인 송금이 가능하게됐다.

<> 문제점은 없나 =조기유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국내 초.중등교육의
공동화가 지적된다.

지난해 교육당국의 유학인정서를 받고 조기유학한 학생은 1만7백38명에
달한다.

교육부는 관광비자 등으로 편법유학하는 학생도 1천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는 성적이 우수한 외국어고생을 중심으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유학을 추진하는 "고졸유학" 희망자도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수지 등을 고려하면 외화송금에 의한 국제수지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다"면서 "그러나 조기유학이 지나치게 붐을 일으킬
경우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거나 국내 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