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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21가지 대예측] (20) <10> 바이오 산업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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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건 30년전이다.

    2027년 2월 22일.

    김보람씨가 다니는 회사는 이날 휴무다.

    유전자변형 동물을 복제해 약품이나 장기를 생산해내는게 이 회사의
    사업영역.

    최초의 복제동물 돌리의 탄생일을 창사기념일 대신 쉰다.

    김씨는 그러나 이날 법원에 나가야 했다.

    다른 일이면 화상회의로도 충분한데 법원은 왜 아직까지 그 좋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지.

    김씨는 특허부 소속이다.

    이날도 미국의 경쟁자인 넥스트란사와 특허공방을 벌여야 한다.

    침팬치 배의 생식세포 계열 속에 인간의 유전자를 삽입해 이식용 심장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넥스트란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

    골치 아픈 일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이 터진다.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기관 조직 세포는 물론이고 인간 설계도를 구성하고
    있는 10만개에 가까운 유전자에도 모두 특허가 걸려 있다.

    법원을 나온 김씨는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다.

    후발업체가 살아남기엔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다"

    <>만능산업 유전공학

    새로운 밀레니엄은 바이오산업의 시대.

    모든 산업이 생명공학에서 시작돼 생명공학으로 귀착된다.

    특허문제가 심각한 갈등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은 이 분야가 새로운
    밀레니엄의 기업 주도권을 다툴 결정적인 승부처라는 의미다.

    바이오산업은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의학과 약학은 물론 농업과 환경산업, 각종 소재산업에 이르기까지
    바이오산업이 걸치지 않는 분야는 없다.

    의학과 약학의 발전은 가히 혁명적이다.

    우선 게놈프로젝트가 2005년 완성된다.

    인간 게놈(genome, 모든 염색체 쌍)을 구성하는 10만개에 가까운 유전자의
    구조를 알아내는 작업이다.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로 구성된 30억쌍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지도로 그려내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 유전자 지도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인간의 모든 비밀이 표시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왜 병에 걸리고 늙어 가는지, 그리고 왜 죽어야 하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신의 영역에 접근하는 셈이다.

    이 프로젝트는 물론 생로병사의 원인을 알아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원인을 제거하는 "포스트 게놈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모든 병을 치료하고 노화를 늦추며 수명을 연장하는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인간 최대 관심사를 다루는 비즈니스를 놓칠리 없다.

    염색체 치료와 동물 복제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캐나다의 한 회사는 인공염색체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산업 세계로의 진입은 이미 문지방을 넘어선 셈이다.


    <>마술상자 박테리아 탱크

    바이오산업은 농업에도 일대 전기를 마련한다.

    농토가 따로 필요없다.

    박테리아 탱크에서 조직배양을 통해 식량을 만들어 낸다.

    오렌지쥬스와 설탕, 육류도 마찬가지다.

    마다가스카르섬을 가지 않아도 아이스크림에 넣을 바닐라는 무궁무진하게
    생산할 수 있다.

    엄청난 양의 뽕나무잎을 먹여야 되는 누에가 없어도 박테리아들은 끊임없이
    최상의 천연섬유를 뽑아낼 것이다.

    유전자 조작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박테리아 탱크는 판도라 상자다.

    전통적인 재배방식도 바뀌게 된다.

    한 평의 농토에서 어른 머리만한 감자 10t을 수확할 수도 있다.

    종자 개량을 통해서다.

    병충해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예측한대로 수확이 가능하다.

    "바다 농사"도 예외는 아니다.

    필요한 유전자만 바꾸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예컨대 연어의 회귀본능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참치에 투입해 몇세대만
    지나면 집앞 바닷가에서 참치 양식업을 할 수도 있다.


    <>유전자조작 플라스틱

    광물질 역시 바이오산업의 범주에 포함된다.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몬산토사는 최근 유전자조작 식물을 통해
    환경친화성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기름을 짜낼수 있는 다양한 유지종자에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이식시켜 플라스틱을 만든 것이다.

    석유로 만드는 플라스틱은 쉽게 분해가 되지 않아 환경오염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 플라스틱은 식물을 사용한 덕분에 생분해성까지 지녔다.

    게다가 이 박테리아는 탄소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제조단가가 낮다.

    영국의 화학회사 ICI는 다양한 성질을 갖는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개발했다.

    역시 1백% 생분해된다.

    거미줄보다 강한 섬유를 개발해내는 프로젝트도 미국 국방성에서 진행되고
    있다.

    석유도 마찬가지.

    에너지 회사들은 연료전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과는 별도로 재생 가능한
    자원을 개발하는 실험에 나섰다.

    브라질 같은 나라는 사탕수수 줄기에서 뽑아낸 알콜을 자동차연료로
    사용한다.

    사탕수수를 개량하거나 또 다른 식물에서 더 좋은 연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한 회사는 쓰레기더미에 석유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를 뿌려 무진장의
    석유를 정제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화석 연료가 바닥날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용도가 분명한 박테리아는 환경보호를 위해서도 훌륭히 활용된다.

    20세기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오염된 강과 바다, 토지를 오염물질을 먹는
    박테리아들이 말끔히 청소하게 된다.

    1977년 미국의 벤처기업 제넨텍사가 사상 처음으로 유전자 교환에
    성공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바이오산업.

    25세의 청년 산업이 전통적인 장년 산업들을 밀어 내고 세번째 밀레니엄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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