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건설회사 자재부에 근무하는 최대리(37세)의 하루식단은 대개 이렇다.

아침 식사로 버터와 잼을 바른 토스트 2쪽과 우유 1컵을 먹는다.

점심은 거래처 손님들과 불고기 정식 등 기름진 식사를 한다.

저녁에는 매주 3~4회 정도 직장동료 등과 삽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늦게
귀가한다.

운동할 시간은 거의 없다.

담배는 하루에 한갑을 피운다.

최대리는 신장 1백70cm, 체중 72kg으로 벌써부터 배가 나와 고민하고 있다.

회사에서 받은 신체검사에서 혈압(1백40/90mmHg)과 혈당(식후 2백mg/dl)이
약간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대리의 식단은 현대 직장인의 서구화된 식습관을 대표한다.

그는 하루 2천2백Kcal의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

이중 탄수화물의 비율은 50%에 불과하다.

단백질은 20%, 지방질은 30%에 달하고 있다.

채소및 과일류는 거의 섭취하지 않아 비타민 및 무기질 섭취가 부족한
상태다.

이대로 가면 최대리는 머지않아 성인병을 앓게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과거 우리나라의 식생활은 곡류 위주였다.

70년대의 조사에 의하면 하루 총에너지 섭취량의 탄수화물:단백질:지방질의
섭취 비율이 80:13:7이었다.

이런 곡류위주의 식생활습관은 탄수화물의 과잉섭취와 함께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부족을 초래했다.

영양결핍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결핵과 같은 감염성질환과 호흡기계질환의 발병률이 높았던 원인이었다.

곡류위주의 식사는 식사량 증가와 소금의 과잉섭취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것은 위염 위하수(위가 아래로 축 늘어지고 운동성이 떨어지는 질환)
위암 등의 원인이 됐다.

80년대 들어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사정은 많이 좋아졌다.

동물성 식품 섭취가 크게 늘어났다.

대신 식물성 식품 섭취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탄수화물:단백질:지방질의 섭취비율(95년)은 65:16:19로 바뀌었다.

이상적인 비율인 65:15:20에 근접한 모습이다.

그러나 음료수와 과자 사탕과 같은 단순 당류를 많이 먹게 돼 청소년기의
비만과 중년기 이후의 성인병을 유발하는 문제점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밝혀진 중요한 사실은 태아 때의 영양결핍(특히 단백질)과
중년이후의 비만이 성인병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태아 때 영양이 모자라면 저체중아(2.5kg 이하)로 태어나게 된다.

이들이 30대이후에 과음 과식 운동부족으로 체중이 늘면 정상체중(3~3.5kg)
으로 태어난 사람들보다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의 발병률이 2~3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절약-표현형 가설"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영국의학자들만 주장했으나 요즘은 세계적인 정설이 됐다.

배기량이 작은 엔진(사람의 간장 신장 췌장 등)을 장착한 차에 짐을 많이
실으면(비만) 고장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릿고개를 어렵사리 넘긴 어머니들에게서 태어난 우리의 중년들이 지금
마구 비만해지고 있으며 성인병도 같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식생활과 건강은 가장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과다한 지방질 섭취와 운동부족은 성인병을 "초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기는 이제 적당하게만 먹자.

그리고 생선 콩 채소와 해조류를 즐겨야 한다.

< 연세대 의대 교수. 대통령 주치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