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는 전경련이 개최하는 국제자문단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와 미 헨리 키신저 박사를 잇따라 만나 "박정희식 개발독재"
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김 총리는 22일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리 전총리를 만나 "박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우선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통치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리 전총리는 "강력한 지도력이 없었다면 한국의 발전은 없었다"며
"인도처럼 논쟁만 일삼으면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답했다고 이덕주 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김 총리는 21일 키신저 박사를 면담하면서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키신저 박사는 "박 전대통령의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와
경제의 동시 발전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러시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견해를 들은뒤 "김대중 대통령이 오랜 정치적 경륜을 펼치게 된
것도 우리의 경제적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일부에서 민주투쟁으로
오늘의 민주주의를 가져왔다는 말을 들을때마다 상당한 괴리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밖에 리 전총리에게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내각책임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키신저 박사가 "김대중 대통령이 다음선거에서 김 총리를 밀어줄 것
같습니까"라고 묻자 김 총리는 손을 내저으며 "나는 그런 거 안한다. 하려면
옛날에 했다"고 답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