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고층 아파트/ 경비실 바깥벽/ 전자시계에 붙여/ 1985년 봄 새로
지은// 단지 내 오직 하나/ 분양받지 않은/ 집// 계단을 올라서며/ 습관처럼
전자시계 바늘을 읽고// 여행온 듯/흙담집을 넘겨다 보면// 알 속에서
전자음을 듣고 나온/ 다섯 마리 새끼들이// 외국인 카메라의 번쩍이는
렌즈에도/ 샛노란 입을 딱딱 벌린다// 고층 아파트 벽면에 튼 제비의 둥지를
보고 읊은 권오욱 시인의 시 "제비집"이다.

제비는 우리나라를 찾는 대표적인 철새의 하나로 예부터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들이 오는 때가 일정한 탓인지 음력 3월3일 삼진날이 되면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 온다고 기다렸고,9월9일 중구날에는 따듯한 남쪽으로 겨울을
나러 날라간다고 서운해 했다.

다친 다리를 고쳐준 주인에게 다음해 박씨를 물어다 주어 보답했다는 얘기가
제비를 더욱 귀여운 새로 인식하게 끔 했는지는 알 수없지만 농촌에선
익조로 꼽는다.

논밭에 난 곡식에는 해를 입히지 않고 벼나방 등 해충을 즐겨먹어 농부들이
반긴다.

논에서 농약이라도 치는 때면 약을 피해 달아나는 병충들을 잡아 먹으려고
많은 제비들이 몰려든다.

그래선지 농가 추녀밑에 집을 짓고 똥을 싸벼 사는 제비를 불평없이
받아들인다.

이런 재비가 위의 시에 있듯이 10여년전에는 도시의 아파트단지에도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주위에서 제비를 거의 볼 수가 없다.

서울시가 12곳의 조류서식처를 조사했는데 4곳에서만 제비를 발견했다 한다.

그래고 줄어가는 제비를 내년부터 "보호종"으로 지정할 계획이란다.

넓적사슴벌레 은날개녹색부전나비 물총새 등도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한다.

서울의 생태계가 많이 바뀐게 분명하지만 제비를 보호종으로 지정할 정도로
변했다니 마음이 아프다.

오늘이 음력으로 9월14일이다.

제비들이 이미 남으로 떠났겠다.

제비가 날아간 계절에 왠 제비예찬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
"제비"는 줄기를 바라고 귀여운 철새인 제비는 많이 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