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 총재는 21일 "우리 경제는 일단 위기를 넘어섰지만 순항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벌개혁의 완수, 돈흐름 질서 확립, 국가채무
의 GDP대비 30%선 인하 등은 앞날의 파도를 다스리기 위한 최소한의 기상
조건"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벌 스스로가 사업의
전문화, 부채 축소,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며
재벌의 구조조정이 경제 재도약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1년간 국가채무는 GDP대비 37%수준인 2백조원을 넘어서
국민1인당 부담액이 4백3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국가채무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 총재는 정치개혁과 관련,"공동여당이 중선거구제와 완전 무결한 선거
공영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역사적
소명을 다하자는 것"이라며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총재는 이와함께 교사들의 교육활동지원과 공직사회 안정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 경제분야 =재벌의 구조조정이 경제 재도약을 확보하는 길이다.

이는 곧 새로운 세기 한국경제가 희망의 출구로 나가는 통로이자 재벌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반개혁적 분위기와 기업인의 사업의욕을
위축시키는 경제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실업률이 5.6%로 낮아지긴 했지만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사람이 60만명에
달하는 등 고용불안이 잠재돼 있다.

일자리 창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돈이 흐름이 왜곡돼 투기를 부추기고 있으며 국가 채무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와함께 정보고속도로망을 조기에 완성하는 것이 21세기 정보지식산업의
고속성장을 보장하는 대동맥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정치개혁 분야 =한국정치의 보스체제는 지역주의에 뿌리박고 있으며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보스체제가 청산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보스의 성씨만 바뀔 뿐이다.

한국정치의 고질인 지역주의및 고비용 저효율을 수술할 의사는 국회의원
자신이다.

좁은 지역에서 한 사람만을 뽑는 선거는 어떤 불법과 금력을 다 동원해서
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절박감을 모든 후보자에게 심어줘 선거구가 엄청난
타락현상으로 물들게 된다.

정치는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쓰러지는"로마 제국식 격투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중선구제로의 전환은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소명이다.

<> 통일.안보 분야 =최근 베를린 합의, 페리 보고서 등 일련의 사태진전에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의 대남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남북화해를 적극 지지하되 국가의 안전장치를 포기하거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대북정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