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축소시한이 연말로 다가옴에 따라 종합상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이들은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장기
수출환 어음매입이나 유전스 방식 수출을 중단하는 등 정상적인 수출활동을
사실상 포기한 실정이다.

또 해외자원 개발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에따라 무역금융을 활용해 중소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상품을 구매,
수출하는 "도매"기능도 상실해 중소수출업체들도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다.

상사들은 요즘 수출보다는 증자나 사채발행 등 재무구조 개선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수출및 해외원자재 개발 차질 =당장 대규모 플랜트나 설비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동특수를 겨냥해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고 있으나 부채비율 문제로
수주에 필수적인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파이낸싱이 불가능하다.

빚(부채)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또 수출대금을 수년간에 걸쳐 나눠 받는 연불수출(외상수출)은 생각할 수도
없다.

무역어음(D/A)이나 유전스 방식 수출도 줄일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종합상사에 수출상품을 납품하고 무역금융을 받는 중소업체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투자액수도 크고 자본의 회임기간도 긴 해외자원 개발사업도 부채비율에
덜미가 잡힌 상태다.

이는 원유가 급등과 같은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조절능력을 상실해
자원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


<>증자도 무효과 =증자를 포기한 (주)대우를 제외한 4개 종합상사의 자본금
대비 증자율이 82.2%나 된다.

이는 올해 상장사 평균 증자율 51.02%(신규상장 제외)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현대종합상사는 올초 1천8백15억원이던 자본금을 11월중 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3천5백95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는 지난 7월 한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삼성물산도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상반기 자본금을 5천27억원에서
8천4억원으로 늘렸다.

SK상사도 상반기 7백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천8백51억원
으로 증가시켰다.

LG상사도 자본금을 올초 1천4백66억원에서 3천4백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대폭 늘렸지만 부채비율이 2백% 미만인
곳은 SK상사 한 곳에 불과, 대부분 상사들이 적극적인 해외투자나 수출영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결 방안 =종합상사들은 수출입증가에 비례해 외상매출및 매입금이
동시에 증가, 부채규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사업구조라며 최소한 3개월
미만짜리 단기부채는 부채산정시 제외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채비율 2백%축소 정책이 해외현지법인의 영업능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해외금융기관의 차입금 상환요구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종합상사에 대해 일반 제조업 기준을 적용해
일률적으로 부채비율을 맞추라는 것은 수출을 하지말라는 얘기"라고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