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10인승 레저용 차량(RV)에 대해 액화석유가스(LPG)연료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동차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RV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겨우 회복기에 접어든 국내 자동차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20일 "RV에 LPG 연료사용을 계속 허용할 경우 경승용차
등 일반 승용차와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휘발유세수 감소, 충전소
부족 등의 문제도 있어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RV 판매 호조에 힘입어 양산투자를 단행한 업계에는 큰 충격이다.

업계의 반발은 우선 설비투자비를 회수할 길이 없다는 것.

자동차 3사는 미니밴에 모두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

우선 설비투자비가 8천6백70억원이다.

기아가 4천1백6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현대가 3천1백65억원, 대우가
1천3백55억원을 투자했다.

게다가 현재 시판중이거나 개발중인 9개 차종에 6백억원의 개발비를 썼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무려 1조원에 가까운 투자비를
날려버릴 공산이 크다"며 "단지 사용연료 문제 때문에 이같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건 매우 불합리한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수출과 고용 측면에서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야 하는데 내수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현재 2교대로 풀가동되고 있는 미니밴 생산라인의 근로자들도
고용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소비자 이익에도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세수 증대를 위해 소비자들이 값싼 연료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LPG를 사용할 수 있는 기존 RV와 그렇지 못한 RV간 형평성의 문제도 정부가
명분으로 내건 일반승용차와 RV간 형평성 문제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것이다.

특히 RV수요의 54%를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 영세상이나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침에 상당한 불만을 가질 것이라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미 계약을 해놓고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소비자들도 정부정책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세수 증대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국내 자동차산업의 회생과 소비자 권익보호라는 측면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