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과 19일 국내 골프계에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있었다.

주인공은 미국PGA 진출을 위해 장도에 오른 최경주와 미국LPGA투어에서
활약하다가 일시 귀국한 김미현이다.

<>. 최경주는 99미국PGA 퀄리파잉토너먼트 최종전을 위해 18일 장도에
올랐다.

그 하루전인 17일 88CC.

최는 지난 7월부터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최경주 후원회" 멤버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후원회에서는 최종욱(SKM회장)회장을 비롯 88CC 여명현사장, 피홍배
운영위원장 등 6명이 나왔다.

회원들은 이 자리에서 선뜻 7만달러(약 8천4백만원)를 내놓았다.

최가 앞으로 한달동안 미국에서 Q스쿨을 준비하는동안 비용으로 쓰라는
주문과 함께.

말이 그렇지 골프장 회원들이 스스로 후원회를 자처하고 나서고 또 거액을
희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회원들은 내년 5월에 5만달러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 돈을 받아든 최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최는 출국에 앞서 "거액을 조건없이 내준 후원회원들의 뜻을 생각해서라도
기어코 한국인 최초의 미PGA투어 멤버가 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 19일 밤7시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

환경단체인 한국그린크로스가 김미현을 환영하는 만찬을 열었다.

김의 스폰서인 한별텔레콤 한근섭회장이 마지막으로 축사를 했다.

그는 축사도중 "이제 김미현을 자유롭게 놓아주겠다"고 선언했다.

장내는 숙연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7월6일 김과 계약을 했으므로 스폰서를 맡은지 약
1백일만에 스폰서역할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회장의 뜻은 다른데 있었다.

김이 더 큰 기업의 후원을 받아 세계적 선수로 자라는데 한별텔레콤이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별은 김이 어려울때 도와주었고 김은 이제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으니
할 일은 다했다"는 의미다.

한회장의 "폭탄선언"보다 더 감동을 준 것은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정길
(김미현의 아버지)씨의 코멘트였다.

김씨는 "어려울때 도와준 한별과는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미현이가 한별소속으로 뛰게할 것"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다른 기업들의 스폰서십제의를 거절하겠다는 정중한 선언이었다.

<>. 최경주 김미현과 그 후원자들의 얘기는 "정상급 선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포츠마케팅의 세계에서도 의리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웠다.

< 김경수 기자 ksm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