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1시 국회 후생관 2층.

국정감사모니터시민연대가 모니터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은 썰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만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을 뿐 기자들은 거의 없었다.

기자회견은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고 손봉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가 총괄평가를 낭독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기자 2~3명마저 하나 둘
빠져 나갔다.

손봉호 공동대표도 "기자가 없는" 회견장을 지키기 쑥쓰러웠던 지 총평을
발표한 뒤 다음 일정이 있다며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39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국감연대의 기자회견이 이처럼 외면당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베스트(BEST)"뿐만아니라 "워스트(WORST)"까지 발표하는 의정활동
평가로 국회의원들의 반발은 산 점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가 제기됐고 평가요원들의 자질이나
전문성시비도 일어났다.

심지어 국민회의 추미애 박상규 의원은 시민단체별 성적을 매긴 평가를
내놓으며 의정활동평가에 대한 반발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날 국감연대의 평가발표문에는 당초 예정됐던 상임위별
베스트와 워스트는 빠진 채 이미 발표된 일별성적만 실려있었다.

손봉호 공동대표도 "의정평가방법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의원과의 토론회를 제안한다"며 선정기준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정치개혁시민연대도 "1백2명의 의정평가단중 6주간의 교육을 제대로 마치고
실제 모니터링을 한 배심원은 20여명이었다"며 평가단의 준비부족을 시인했다

미리미리 의원들과 평가방법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방청의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NGO(비정부기구)가 "제5의 권부"로 그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준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비정부기구나 압력단체의 역할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미국의 경제
학자 맨커 올슨)도 있다.

압력단체들이 비대해지면 특정계층의 이익만 대변하게 되며 공익을 우선적
으로 고려하는 정부의 기능이 약화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회 각부문에서 NGO의 소임이 커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NGO는 곧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조건이 따른다.

NGO가 다수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감연대의 모니터링과정이 평가대상인 의원들과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다면
기자회견장이 이처럼 썰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최명수 정치부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