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올 상반기에는 거액의 이익을 내며 그럭저럭
안정되는가 싶던 국내은행들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대우그룹의 기업개선작업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 미래의 상환능력을 감안한
새로운 은행자산 건전성기준을 적용하면 일부 은행들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은행권 일부에서는 조만간 또한차례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초부터 새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적용할 경우 시중
은행마다 평균 6천억원씩 모두 6조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이하로 떨어지는
은행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경우 지난해처럼 타율적인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으려면 국내은행들은
또다시 대규모 증자나 자발적인 합병 또는 수익성 강화 등의 자구노력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같은 국내외 경제여건에서는 증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외환은행에 이어 최근 조흥은행도 해외에서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연기한 것이 그 증거다.

그렇다고 무조건 합병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해답은 국내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도 최근 펴낸 보고서 "한.미.일 주요은행의 수익구조 분석"에서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이 없으면 국내은행들은 또다시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은 선진국 은행에 비해 자금조달 원가가 높고 부수적인 서비스
제공도 다양하지 못해 총자산대비 비이자수익 비율이 미국은행들의 절반
수준인 1.9%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주식운용비중이 높아져 주가변동에 따른 손실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고
대우사태 등 부실채권 발생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그렇다면 우리은행들은 국내금리 수준이 선진국보다 높은데도 왜 가중평균한
예대마진폭은 작은지, 너도나도 소매금융에 주력하겠다고 하면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지 심각하게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국내은행들이 획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이려면 지금부터라도 입출금 송금
가계대출 등은 가능한 한 기계화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적자점포는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아울러 엄격하고 신속한 대출심사로 부실채권 발생을 예방하고 미래의 유망
고객을 발굴해내는 적극적인 경영자세가 아쉽다.

당분간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를 확대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함은 물론
이다.

그래야만 국내은행은 물론 우리경제 회복도 앞당길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