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3%, 실업률은 5% 이내로 발표하라"

정부가 관변 연구기관들에 내년도 경제를 이같이 낙관적으로 전망토록
요구해 해당 연구기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연구기관들은 일부 경제지표를 빼고 불완전한 전망치를 발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처럼 장밋빛 전망을 요구하는 것은 총선 등 경제외적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 전망치 조작압력 =관변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20일 "내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를 3%선으로 낮추라는 압력이
있어 거부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어디로부터 그런 압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며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 연구위원은 물가 전망치에 대해 "장단기 금리차, 수입물가 및 임금
상승률, 대출금 증가율 등을 감안할 때 내년의 물가상승률은 5%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고 장담했다.

특히 "생활물가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아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간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전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낮춰 발표하는데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1일 발표할 경제전망과 관련, 내년의 실업률을
4.9%이하, 실업자수는 1백만명 이하로 수정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DI는 이번 발표에서는 아예 실업률 전망치를 제외할 것으로 전해졌다.

KDI 거시경제팀장인 김준경 박사는 실업률 전망치를 제외한데 대해 "지난
3분기 전망때와 비슷한 수치여서 뺀 것으로 안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 전망치 조작의 문제점 =경제연구소들은 회귀분석모델을 돌려 뽑은 전망치
를 그대로 발표하지 않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물어 약간 다듬어 내놓는 것이
관례다.

단순한 회귀분석 결과보다는 관계자들의 "직관"이 가미돼야 오히려 더
정확하다는게 경험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연구소 사람들은 ''마사지''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그같은 순수한 의도보다는 총선 등을 감안한 경제외적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해당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KDI가 이번 경제전망에서 실업률 전망을 제외한 것도 그 반발의 표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특히 왜곡된 경제전망은 정책방향을 오도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
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재정긴축 등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물가에 대한 낙관적 전망만 믿고 있다가 시기를 놓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실업률도 경기회복과 관계없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데도 이런 점이 간과돼 근본적 실업대책을 지연시키는 결과만 빚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