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의 지속적 발전에 버팀목이 되는 문화의 중요성을 논의하는 국제
회의가 최근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렸다.

세계은행(IBRD)과 유네스코(UNESCO)가 이탈리아 정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이
회의는 문화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그 자원 및 문화경제의 중요성을 중점적
으로 다뤘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 크레포 토랄 유네스코 대표, 힐러리 미국 대통령
영부인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경제.문화관광장관들과 고위 정책담당자,
세계은행을 포함한 각 지역 개발은행 대표, 비정부 문화.환경단체 대표 및
경제계 인사 5백여명이 다양하게 참가했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기조연설에서 그동안 인류가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발전을 위한 개발노력을 서둘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60억에 이르는 세계인구중
12억이 하루에 1달러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인구가 80억에 이르는 25년 이후에는 그 절반인 40억의 인구가
이러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어두운 현상은 이제까지의 물질적인 투자와 지원, 선진제도나 기구의
도입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60개국에 걸친 많은 빈곤층을 면접한 결과 그들이 바라는 빈곤퇴치는
돈보다도 그들의 사회적인 만족과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믿음, 그리고 스스로
사회의 주체성을 인정받는 인간성의 연대가 더 절실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그 사회의 전통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적인 기반을 회복시키고 확립하는
일에 있다고 역설한다.

그동안의 세계은행의 경험에 의하면 문화적 요소가 경제개발문제 해결에
숨은 자산으로서 개발제도를 구상하는 안목을 제공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사회자본의 형성과 사회통합을 강화해주고 빈곤의 퇴치와
인간개발 및 역동적인 지식기반사회의 확립에 보완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한 국제개발기구와 민간부문 재단 비정부기구 학계와의 파트너십
을 강조하였다.

하버드대학의 명예교수 랜더스 박사는 이번 회의에서 지난 수세기의 인류
문화의 발전과정을 회고하고 "전통문화에 영향을 받는 가치체계와 통념,
질서와 관행이 개방적이고 경쟁적이며 끊임없는 혁식이 추구되었던 사회는
오랜 발전과 번영을 구가하였으며 그렇지 못한 사회는 퇴락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과 기술혁신을 숭상하고 자극하는 문화적인 토양이 지속적 발전의
요체라고 역설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문화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물질적인 성급한
개발노력으로 인간의 창조력의 바탕이 되는 많은 문화적 유산과 유물들이
상업성에 의하여 훼손돼 왔음을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번 회의에서는
크게 제기되었다.

오늘날 동유럽 사회가 시장경제체제의 전환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정치.경제적인 접근에 의한 독일통일이 지난 10년간 겪고 있는 고통은 어디
에서 비롯됐는가.

이것도 새로운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법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관행 등을 확립하는 문화적인 접근이 뒤따르지 못한데서 온 것 아닌가.

앞으로 인류사회는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하여
각국이 스스로의 전통에 바탕을 둔 독자적인 문화를 외부의 가치나 영향없이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가 상호존중하고 교류와 연계를 통해 폭넓은 발전을
도모해 나가야하는 것이다.

인간의 창조력과 그 능력이 커짐에 따라 인류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는 인간이 발전의 주체가 돼 그 행복과 창조의 다양성을 계발하는 전통
문화유산을 유지하고 보존해 그 위에 새로운 창조를 추구하는 문화적인
노력에 의하여서만 가능한 것이다.

특히 지식기반사회가 전개될 새로운 세기에는 문화의 창달을 통하여 미래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이같은 소신을 이번 회의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피렌체에서 꽃핀 르네상스.

그 배경엔 문화를 숭상한 메디치가가 있었다.

메디치가 후원으로 수많은 예술가들이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단테, 보카치오, 지오토, 레오나르도다빈치, 미켈란젤로...

이들은 예술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을 몇단계 높인 인물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문화''란 거대한 소프트웨어를 중시하지 않고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문화를 통해 한국에서도 ''새 천년, 새 르네상스''가 실현되기를 갈망한다.

< bcyoon@hanaban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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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약력

=<>부산대 법학과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한국투자금융 사장
<>하나은행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