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구정광다라니경", 중국의 "묘법연화경", 일본의 "백만탑다라니".

이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은 과연 어떤 것일까.

모두 자기 나라가 세계 최고의 인쇄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
중국 일본 학자들이 서울에 모여 이 문제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원장 남기심)이 19~20일 상남경영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하는 "세계 인쇄문화의 기원에 관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는 각국의
인쇄, 종이, 서예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인쇄술의 기원국가를 가리게
된다.

이번 행사에는 중국과학원의 판지싱 교수, 베이징대 샤오둥파 교수, 일본
홋카이도대 이시즈카 하루미치 교수, 고지현 종이산업연구센터 오카와
아카노리 연구원 등 서로 자기 나라 목판본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당사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특히 남기심 원장은 "심포지엄에서 다라니경이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목판물
이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관계기관과 협의해 유네스코에 다라니경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밝혀 회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두가지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는 지난 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다라니경"이
중국에서 인쇄된 뒤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중국측 주장의 진위를 밝히는
것이다.

또 다른 초점은 중국측 주장대로 "묘법연화경"의 인쇄연도가 690년께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측 전문가로 나서는 박지선 용인대 교수는 다라니경의
바탕종이가 신라에서 자라는 닥나무 종이로 된 사실을 증명해 중국의 당시
종이와의 차별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김수천 원광대 교수도 다라니경에 사용된 필체가 한국 전통의 서체임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예정이다.

일본측 학자들도 여러 문헌기록을 들어 "백만탑다라니"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본임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02)361-3502.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