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비주얼"

세계 출판시장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용어다.

제51회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13~18일)의 특징도 디지털출판과
비주얼리티로 요약된다.

일본 도판그룹의 도판인쇄사는 액자모양의 평면 상자속에 입체적으로 그림과
문자틀을 넣은 "디지털 페인팅"을 처음 선보였다.

유럽의 OLC라는 회사는 책 레이아웃에서 제본까지 즉석에서 완결하는 디지털
인쇄기를 출품했다.

미국 2위 서점 체인인 보더스는 서점에 없는 책을 독자가 주문할 경우
15분만에 디지털 전송시스템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내년부터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자출판의 발전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도서전 조직위원장이 "여기는 더 이상 북페어 장소가 아니다. 콘텐츠
페어다"라고 말할 정도로 출판산업의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출판마케팅도 단일상품보다는 복합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유통회사 KNO은 와인과 책을 묶어 새로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마시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라는 것이다.

품목다양화 전략은 비디오 오디오 완구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출판사끼리의 제휴와 구조조정이 도서전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어린이 출판계의 1, 2위 그룹인 갈리마르와 파이아르는 어린이책
부문을 떼어 별도의 합작사를 만들기로 했다.

미국 펭귄 계열20개사는 파트별로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무의미한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장은수 황금가지 편집장은 "제휴와 구조조정 분위기
때문에 편집자들이 감원 우려 등으로 위축돼 새로운 기획을 내놓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이번 도서전은 빅 타이틀이 없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출판기획도 검증된 대형작가의 작품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HSI그룹은 잭 캔필드의 독신 여성들을 위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시리즈를 초판만 1백만부를 찍을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뉴밀레니엄 관련 책들이 그나마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라퐁사의 "밀레니엄"(현직 대통령.수상들과 10대 청소년들의 인터넷
대화형식)과 독일 캄푸스사의 "비전21"(독일 지식인들의 21세기 전망)
시리즈가 판권경쟁을 이끌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앨빈 토플러의 신작 "부의 미래"와 마이클 크라이튼의
"시간여행"이 관심을 모았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흐름은 최근 몇년 사이의 추세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디지털과 비주얼, 명상이나 정신세계를 다룬 책, 특이한 체험을 담은
모험기록 등이 일정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귄터 그라스와 괴테의 특별 부스는
별 인기를 못 끌고 전 사민당 당수인 라퐁텐의 신작 "심장은 왼쪽에 있다"가
오히려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 ECON출판사가 내놓은 이 책은 슈뢰더 정부의 우경화정책으로 위기가
초래됐다며 좌파의 이성을 되찾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 프랑크푸르트=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