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 회장이 사실상 전국경제인연합회 후임 회장으로 굳어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인도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자들에게 "전경련 회장직
제안이 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전경련 회장 입성설을 뒷바침하는 발언이다.

이는 그동안 "기아자동차 정상화 등을 위해 회장을 맡을 여력이 없다"던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회장 중도퇴임 의사를 밝힌 직후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이 비공식적으로 정 회장의 의중을 물었을 때 반응과도 상반된다.

정 회장은 당시 "못하겠다"고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회장직 수락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친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재가도 받은 것으로 재계는 파악하고
있다.

재계에선 일찌감치 정 회장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재계는 재력과 리더십을 모두 갖춘 5대그룹 오너를 전경련 회장으로
선호했다.

하지만 해당자들이 강력히 고사했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태도변화는 곧 사실상 회장직 확정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 회장이 "재계의 총리"로 불리는 전경련 회장직에 오르면 그의 개인적인
위상은 물론 현대그룹과 내년 상반기에 분리할 예정인 현대자동차의 재계내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재계로부터 전경련 후임 회장으로 공식추대를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우선 정부와 재계 일각의 견제를 신경써야 한다.

정부가 현대를 편애한다는 눈초리에 부담을 느끼거나 5대그룹 오너 불가론
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재계 내부에서도 시샘섞인 공격을 할 지도 모른다.

전경련 후보에는 정 회장 외에 재계 총수 2~3명과 외부인사들이 자천타천
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경련이 내주 국제자문단 회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후임자 선정 작업에
들어가는 이달말이나 회장 선출일인 내달 4일에 가서야 정 회장이 확정적인
의사를 밝힐 것으로 재계는 내다봤다.

한편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게 되면 이미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에 이어 초유의 "부자 전경련 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같은 현대그룹에서 두번째 전경련 회장이 나오는 첫 사례가 된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