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심좋은 마을의 사투리가 강을 건너는
뱃전에도 툭, 툭 난장을 폈으리

마을이 끊긴 자리에 웬 꽃들인가,
물마루 차고 날으는 물고기떼
햇살 속에 저 황홀한 춤

오장환(1918~) 시집 ''헌사''에서

----------------------------------------------------------------------

시인은 어느날 임진강에 갔으리라.

한적한 나루, 늙수그레한 사공은 입이 걸다.

강을 건네주며 옛날 이곳이 영화롭던 시절 이야기를 한다.

잠시도 배를 쉴 틈이 없었으며 강가에는 철따라 장이 서고 때로 난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그러나 휴전선 가까운 곳, 마을도 끊기고 없고 그 자리에 꽃들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설핏한 햇살 속에서 고기떼는 물마루를 차고 날고...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이 날과 씨로 교직되어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