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한국의 소프트웨어(SW) 업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을 위한 SW인큐베이터 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인 미국 컴퓨터어쏘시에이트(CA)의 찰스 왕(55)
회장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의 방한은 올들어 다섯번째다.

이번에 그는 코오롱정보통신과 한국CA의 합작회사인 라이거시스템즈를
설립키로 했다.

라이거시시템즈를 통해 CA는 시스템통합(SI) 시스템관리(SM) 전산아웃소싱
등의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CA는 또 오는 11월 나래이동통신과도 합작회사(가칭 소프트웨어어쏘시에이트
)를 세운다.

왕 회장은 제리 양 야후 설립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와 함께 세계
컴퓨터업계를 대표하는 아시아계 인사다.

CA의 한국 투자확대와 관련, 그는 "한국과 아시아를 좋아하고 시장으로서의
가치도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A는 중국에 5곳, 대만에 4곳, 인도에 3곳 등 아시아 지역에 많은 합작사를
두고 있다.

"아시아시장의 매력을 시장이 크고 우수하면서 값싼 노동력이 많다는
측면에서만 보고 있지 않습니다. CA의 해외시장 전략은 현지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시장에 먼저 투자하면 그 시장이 성숙한 뒤 결국 CA에 도움을 주게 된다는게
왕 회장의 지론이다.

왕 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8세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부친은 중국에서는 대법원 판사를 지냈지만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아
왕 회장은 우체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학교를 마쳤다.

CA는 지난 76년 동료 3명과 함께 설립했다.

초기엔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신용카드를 여러개 만들어 돌려가며 결제해야
했다.

지금은 43개국에 지사를 두고 연간 매출이 53억달러에 이르는 기업으로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계 2~3위 SW업체로 꼽힌다.

그는 아무 기반도 없었던 미국에서 큰 성공을 일군 비결을 "훌륭한 인재를
만나고 성장성이 큰 컴퓨터산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능한 사람을 모아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비전과 적절한 보상방안을
제시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높은 교육열과 근면함 성실성 등 아시아적 가치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타고 다니던 19세기나 인터넷
기반에서 일하는 21세기나 동양적 미덕은 항상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빌 게이츠 MS회장과 자주 만나며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 토니 블레어
영국수상,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등 정계 인사들과도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