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오는 21~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재무부와 협상을
갖고 경협차관 17억달러의 만기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은행차관 2차분의 상환 만기가 다음달로 임박했으나
러시아는 갚을 여력이 없는 만큼 전체 차관의 만기를 연장할 수밖에 없다"
면서 "상환은 현금 대신 원자재나 방산물자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차관 1차분 5억달러는 지난 5월에 이미 만기가 도래했고 2차분 5억달러
는 다음달 19일로 예정돼 있다.

또 소비재차관의 만기는 93~94년이었으나 일부가 연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정부의 지급보증을 믿고 러시아에 차관자금을 빌려준 9개 은행들
은 만기연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금부담이 늘게 됐다.

은행들은 대부분 연리 7%로 자금을 차입해 이를 대러차관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리금 합쳐 3억7천만달러를 빌려 주고 있는 한빛은행의 경우 이자는 한푼도
못받으면서 차입금리로만 연 1백80억원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금융기관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는 조기에 상환을 받고
싶지만 은행의 이익만 얘기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한.소 수교 직후인 91년 은행차관 10억 달러를 3년거치 5년
분할상환, 소비재 차관 4억7천만달러는 2년만기 등의 조건으로 각각 옛소련
에 제공했다.

이중 3억3천8백20만달러는 이미 원자재 등으로 상환받아 현재는 이자까지
포함해 17억달러 가량이 남아 있다.

이번 협상에 한국측에서는 배영식 경제협력국장이, 러시아에서는 스미르
노브 재무부 외채담당국장이 수석대표로 각각 참석한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