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급주택에 대한 중과세 의지가 또 한번 꺾였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고급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일반세율보다 2배이상
중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전면 백지화했다.

지난 9월초 고급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기준을 양도가액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조정키로 한발 물러선 뒤 한달여만이다.

정부가 고급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키로 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중산층대책 후속조치의 하나이다.

김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고소득.부유층의 세부담을 강화해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

또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바로잡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렇듯 김 대통령이 펼친 국정운영의 청사진은 채 두달도 안돼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뤄졌다.

이건춘 건교부장관, 김정길 법무부장관 등은 고급주택의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를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취득세를 중과키로 한 지방세법
개정안에 대해 모두 반대의견을 피력해 수정 또는 무산시켰다.

이들은 "물가상승률과 소득수준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친 중과세"라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장관들이 상정된 법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관계부처 협의와 차관회의 등을 거쳐 올라온 법안이 순식간에
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강봉균 재경부장관이 다른 장관들의 반대의견을
듣고 즉석에서 과세기준을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렸다.

지난주 보류된 지방세법 개정안은 재협의도 없이 고급주택에 대한 취득세
중과 부분을 삭제한채 재상정돼 통과됐다.

고급주택 양도소득세 과세기준을 6억원으로 올리면서 당초 예상했던 세수가
절반이상 줄어들 것이라는게 관계기관의 분석이다.

취득세 중과도 포기했으니 구멍난 세금액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이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재원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함께 추진중인 부가가치세 제도 전면개선, 상속 및 증여세 강화,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 등 정부가 추진중인 일련의 소득재분배 정책도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책이 흔들리면 국민들은 불안하다.

< 한은구 정치부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