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생(50)씨의 컴퓨터에서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다.
"운명"은 회사에서 온 "긴급호출"이다.
그렇게 입력해 놓았다.
그는 눈을 비비며 컴퓨터앞에 앉았다.
e-메일이 올라와 있다.
"회사에서 추진중인 Z프로젝트에 이상이 생겼음. 아침 중역회의 전까지
대처방안을 제시하기 바람"
그는 냉장고에서 찬 우유를 한잔 마셨다.
다시 컴퓨터에 앉았다.
본사 메인컴퓨터에 접속한뒤 Z프로젝트 회로도를 찾았다.
Z프로젝트는 신모델 컴퓨터 개발계획.
하드 디스크가 문제였다.
그는 곧바로 e-메일을 띄웠다.
"하드 디스크 청결도가 나쁘니 오사카공장에 대처방안을 지시하시오"
아침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렇지만 출근할 기색이 전혀 없다.
그는 주중 이틀만 출근할 뿐이다.
그가 일하는 기술파트엔 이런 직원이 많다.
유씨는 컴퓨터회사인 J사의 기술담당 전무다.
그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나오기 전에 이를 사전에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고치는 "베타 테스터"다.
이날 새벽에 벌어진 일도 알고 보면 일상사다.
그는 오후엔 아르바이트로 컴퓨터바이러스 치료모임에 나갔다.
물론 "사이버 외출"이다.
마침 오늘은 뉴욕공대의 "사이버 대학원"에도 나가야 한다.
강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배우기 위해서다.
유씨는 요즘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컴퓨터 전문가인 그에게 영화는 이웃학문으로 자리잡았다.
"3차원의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영화만들기가 그리 버거운게 아니다.
그는 세계인구(80억명)의 0.1%(8백만명)를 관객으로 끌어들인다는 목표다.
뉴 밀레니엄 시대의 직업은 20세기의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모든 직업이 컴퓨터에 종속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글로벌경쟁, 인터넷, 광범위한 테크놀로지 등이 "e-비즈니스"의 영역을
넓혀 주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과 전자기술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업태와 직업이 e-비즈니스다.
특히 이 분야는 직업의 "핵분열"을 일으켜 영역을 크게 넓혀 나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는 컴퓨터와 금융시장, 정보통신, 환경분야에서 활동할 전문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미 노동부가 발간한 "미래직업백서"는 오는 2006년까지 새로 창출될
1천7백50만여개 일자리중 84.6%가 서비스업종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컴퓨터 분야 직업은 교사직과 함께 더울어 전체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중 데이터베이스 및 컴퓨터관리자, 컴퓨터엔지니어, 시스템분석가 등은
1백% 이상 고용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21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계를 자신의 비즈니스에 맞춰 돌려 놓게 된다.
"주 40간 노동"이라는 근로의 기본틀은 "전설"이 된다.
유씨처럼 변형근로를 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게 일반화된다.
따라서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의 개념이 시대정신의 앞에 선다.
아예 프리랜서에 전자정보망의 개념이 합쳐진 "e-랜서"가 직업의 주종을
이루게 된다.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21세기 산업의 주역이 될 지식노동자들은 자기관리
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식기술자로 살아가려면 평생 배워도 모자란다는 얘기다.
재교육은 하나의 비즈니스로 자리잡는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변화를 따라 잡으려면 공부해야 한다.
특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일수록 추가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교육은 고임금 직업을 얻는데 중요하다.
교육을 더 많이 받는 근로자들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
미국의 경우 대학 졸업자들의 평균 수입이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77%나 더
많다.
근로자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회사들은 평균 15~20%의 생산성 증가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들도 전통적인 의미의 "임금투쟁"보다는 "교육투쟁"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노조들은 벌써 회사 및 지방의회 등과 손잡고 교육훈련을 늘리는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의 재교육은 "국가경쟁력"과도 닿아 있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