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 낙지"는 전남 목포의 대표적 특산품이다.

소외와 가난의 상징인 "목포의 눈물"로 얼룩졌던 시절, 낙지는 개펄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살던 사람들의 생계를 지탱시켜줬다.

목포 뻘에서 하루 찬거리를 캐고 용돈과 자식들의 학비를 벌었다.

"봄조개 가을낙지" 요즘 목포인근엔 낙지잡이가 제철을 만났다.

낙지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전남지역 다도해와 무안 함평 영암 해남으로
전체 낙지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곳이다.

세발낙지는 부화된 새끼가 5~6개월을 자란 어린낙지.

한때 신안군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세발낙지를 "Small octopus with three
arms"(다리가 3개인 작은 문어)로 소개한 해프닝도 있었지만 세발낙지의
다리는 분명히 8개다.

다리가 가늘다하여 세발낙지일 뿐이다.

목포 세발낙지가 유명한 것은 특유의 맛 때문이다.

목포와 신안군 다도해지역은 게르마늄을 다량 함유한 세계 5대 개펄지역
이어서 여기서 자란 낙지 맛은 별다르다.

아이들도 숟가락을 들 나이면 한손으로 낙지다리를 쑥 훑어 머리부터 통째
입안에 넣을 정도다.

조선조 정약전의 자산어보와 허균의 동의보감에도 낙지는 기를 보하는
식품으로 기록하듯이 영양가도 뛰어나다.

그런 세발낙지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최대산지였던 영암 미암과 해남 화원, 산이면에선 영산강3단계 종합개발사업
이후 해양오염이 심각해져 낙지잡이가 신통찮아졌다.

이제는 고작해야 신안군지역과 무안 해제와 함평만일대에서나 잡히고 있다.

세발낙지의 집산지로 유명한 목포 북항의 중간상인 박남신(46.여)씨는
"5~6년전만해도 하루 40접(한접 20마리) 이상 들어오던 낙지가 요즘은
제철에도 20접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서울등지로 빠져나가는 물량이 많아 목포사람들도 세발낙지 구경하기
힘들때가 있다.

이래서 목포지방 해양수산청 김동수(44) 지도사는 세발낙지의 양식기술개발
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3월부터 산란한 낙지알을 인공부화시키기 위해 2년째 밤낮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2002년이후엔 양식낙지를 먹을수 있게된다.

부화를 코앞에 둔 20미의 알과 3개월째 씨름하고 있다.

김 지도사는 이 알들이 부화되면 목포 인근의 질좋은 개펄에서 양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생태조사를 마쳤다.

낙지 수요는 해외에서도 늘고있다.

지난달 8일자 뉴욕타임스지는 일식집을 중심으로 낙지의 좋은 점이
알려지면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식당에서도 낙지요리가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김 지도사는 요즘 이같은 소식을 접하고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대량생산된 목포 세발낙지가 뉴욕 등 세계 곳곳의 식탁에 오를 날을 그리고
있다.

<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