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산행은 가을 추억 만들기에 최적기이다.

산 계곡엔 곱게 물든 단풍이, 산 입구나 중턱에 오르면 은빛으로 너울대는
억새가 반긴다.

이달 중순께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억새는 가을산의 백미로
불린다.

가을햇살이 엷게 비치면서 바람결에 춤추는 억새들의 합창은 가을 산행에서
맛보는 최상의 낭만이기도 하다.

유명 억새군락지 세 곳을 소개한다.

<> 명성산 =경기도 포천군 운천면의 명성산(9백23m)은 수도권에서 억새감상
을 즐길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다.

산 정상의 억새밭에 서면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과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은빛 억새밭이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명성산은 신라 마지막 왕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설움으로 통곡할 때 억새도
따라 울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억새군락지는 능선을 따라 삼각봉 정상까지 이어진 길 동쪽으로 넓게 펼쳐
있다.

산행은 산정호수 상류인 윗산 안마을에서 출발해 삼각봉을 올라 등룡폭포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하면 쉽다.

정상부근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 억새밭지대다.

4시간 남짓 걸린다.

9일부터 이틀간 산정호수와 명성산일대에서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열려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공연 먹거리 상설전시마당 등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디스코공연 노래자랑 등의 행사도 개최된다.

<> 사자평 =밀양 양산 울산에 걸쳐 있는 사자평고원은 2백50만평에 억새가
끝없이 이어지는 국내최대의 억새 군락지다.

사자평은 임진왜란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시켰던 곳으로 여순사건때는
빨치산의 집결지이기도 했다.

사자 모습을 닯은 사자봉과 수미봉 아래 초승달처럼 휘어진 산자락은
끝없는 억새평원을 이루고 있다.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밀양 천황산의 억새능선은 아프리카 대초원같은
광활한 평원에 억새밭이 1백40만평에 걸쳐 있다.

산행은 사명대사의 충혼이 서린 표충사에서 출발해 사자평분교(고사리학교)
쪽을 택하는 길이 대표적이다.

1시간 남짓 걸린다.

이 곳에서 왼쪽 오르는 길은 수미봉으로, 오른쪽은 사자평에 이르는 길이다.

밀양시내로 하산해 한국 3대 누각의 하나인 "영남루"를 둘러볼 만하다.

<> 제주 산굼부리일대 =쪽빛 바다와 아름다운 기암절벽, 억새물결이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북제주 교래리 샘물공장앞 5만여평의 평원은 하얀 억새숲을 이루고 있다.

교래리의 산굼부리는 오름억새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또 제주공항에서 중문단지쪽으로 빠져 나가는 서부산업도로 일대와 성읍
민속마을로 가는 동부산업도로 주변에서도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드라이브를 즐기며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와 말떼들의 정경을 통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서부산업도로를 타고 30분 정도 달린 뒤 동광리검문소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드넓은 벌판에 은빛 군무가 휘날리는 억새밭을 만나게
된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