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화단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해외아트페어(미술견본시장)를 거치면서
유명해지는 화가들이 있다.

국내에서는 알아주는 컬렉터들이 없었는데 해외시장에 나가 자신의 작품이
많이 팔린 작가들이다.

해외에서의 이들의 인기는 그대로 국내로 이어져 자신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작품이 독특하고 동양적인 맛을 풍긴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외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한지의 마술사"로 불리는 전광영씨도 이런 화가중 한사람이다.

그는 20여년간 "안팔리는 작가"로 통했다.

그러다 4년전부터 그의 입지가 달라졌다.

95년 LA국제전시회때 세계적인 화상들이 그의 그림을 대량으로 구입한
것이다.

이후 그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미술시장에서도 인기있는 화가로 대접을 받고
있다.

이제 그의 작품은 해외아트페어에 출품할때마다 없어서 못팔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규모는 연간 15만달러 정도.

한 화랑서 10만달러의 판매실적을 올린 적도 있다.

그의 작품이 해외컬렉터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동양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기기 때문.

"서양사람들은 제 작품을 종교적 관점에서 봅니다. 신에게 받친다는
마음없이 수천개의 한지조각을 일일이 캔버스에 붙이는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홍익대와 미국 필라델피아대 대학원에서 그림을 전공한 그는 94년부터
한지를 꼬거나 끈으로 묶어 캔버스에 차곡 차곡 붙인 독창적인 회화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마치 한약방의 약봉지를 연상시키는 포장재다.

보통 1백호 작품을 만드는데 작은 조각 7천개가 쓰이며 포장하고 묶는
잔손질만 2만회가 넘을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서양이 박스문화라면 우리는 보자기 문화입니다. 우리의 혼이 담긴 한지를
보자기처럼 싸는 셈이죠"

그가 오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02-549-7574)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수많은 한지조각으로 만든 것을 모자이크처럼 결합한 "집합" 시리즈
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그는 97년 백남준 문범 박현기씨와 뉴욕 킴포스터갤러리에서 4인전을
가졌으며 올봄에는 이화랑 전속작가가 됐다.

국내화가중 외국화랑의 전속작가가 되기는 전씨가 처음이다.

이번이 23회째 개인전이다.

< 윤기설 기자 upy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