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향 집
햇빛은 쌓이리
잡초는 기와지붕을 덮고
허청 시렁 녹슨 낫
바람은 베어지고
먼지 수북한 송판 마루
제비똥은 쌓여 굳으리

이재무(1958~) 시집 ''몸에 피는 꽃''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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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빈 집이다.

"잡초는 기와지붕을 덮고" 있어 빈 집에 쌓인 햇빛이 더욱 쓸쓸하다.

송판 마루에 쌓인 수북한 제비똥이라는 소도구가 실감을 더한다.

시렁에 걸린 녹슨 낫의 주인은 지금쯤 하릴없이 도시 변두리 어느 공원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이 시는 버려진 이농가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산업화에 의해 붕괴되고 있는
농촌현실을 고발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오히려 감동은 바닥에 깔린
삶의 깊은 진실에서 온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