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날개를 자부하는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그룹이 창립 54년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한진그룹은 천문학적인 추징세액을 내야 하는데다 조중훈 명예회장 등
오너들이 고발당함으로써 회사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 정부 출범이후 잦은 사고로 조중훈 회장 등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데 이어 4일 탈세사실까지 발표되자 한진그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 불안한 한진그룹의 앞날 =한진그룹 탈세사건은 한진그룹의 경영권에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한진그룹을 이끌어온 조중훈(80) 명예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 조양호(50)
대한항공 회장, 3남인 조수호(45) 한진해운 사장 등 오너들이 줄줄이 검찰에
고발됐다.

최근 홍석현 보광그룹 대주주 및 중앙일보 사장이 1백33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점으로 미뤄 조씨 일가는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진그룹에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체제가 출범할 것으로 재계는 관측했다.

일각에선 항공사경영에 경험이 많은 외국인출신 전문경영인의 영입을 예상
했다.

지난 4월 조중훈 회장 등이 대한항공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형식상 심이택
(60) 사장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들어섰다.

하지만 심 사장은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바꾸는데 한계를 나타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함께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 등 한진 계열사는 탈세혐의 발표로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한진그룹 경영진 교체시에도 미국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가
대한항공과의 항공편명 공동사용에 대한 제휴를 끊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KAL이 타격을 받았었다.

이후 대한항공은 현재 델타항공의 컨설팅을 받아 3천만달러를 들여 조종사
훈련을 보잉의 자회사인 FSB사에 맡기는 등 사운을 걸고 안전운항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탈세발표로 회사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 것는 물론
국내외 영업에서 엄청난 후유증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 고속성장해온 한진그룹 =한진그룹은 지난 69년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국영 대한항공사를 인수, 민항을 출범시킨 이후 30년간 재계 6위의 그룹으로
고속성장해 왔다.

한진그룹의 모태는 조중훈 명예회장이 지난 45년 세운 한진상사로 트럭화물
운송업을 하던 합자회사였다.

박정희 대통령이후 과거 정권과의 돈독한 밀월관계도 한진의 성장을 뒷바침
했다.

현재는 육.해.공을 망라하는 물류회사 및 금융회사 등 21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그러나 한진측은 새 정부 들어 잦은 사고와 오너경영의 폐해를 지적
받으면서 경영에 일대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조중훈 회장 등 창업주가 지난 4월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가 출범했다.

이같은 경영진 교체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KAL의 상하이 사고직후 대한항공
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토록 촉구한 배경이 깔려 있었다.

조중훈 명예회장은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에서 "기업가는 국익을 생각
해야 한다는 뜻에서 회사 이름도 "한민족의 전진"을 뜻하는 "한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그가 탈세범으로 몰리는 최대위기를 맞은 것이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