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지구촌의 관심을 끈 큰 일중 하나는 명실상부한 세계경제 주역의
하나로 떠오른 중국이 건국 50주년을 맞은 것이다.

경제개혁을 시작한지 20년만에 또 다른 경제대국 일본과 맞먹는 생산력을
갖추게 됐고 악성 디플레이션 속에서도 위안화 평가절하 유혹을 뿌리치고
아시아 경제안정에 기여한 "국제시민의식"에 대해 세계는 찬사를 보냈다.

우리나라 신문들은 특히 최대 무역흑자 교역국으로서 또 한반도 안정의
협조자로서 중국의 발전을 다뤘다.

이 같은 축복과 기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장래는 이제부터가 문제라는
걱정스런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의 부채가 연간 국내총생산액의 80%정도에 이르러 더 이상의 인위적
경기 진작은 불가능하니 내년 초 위안화 평가절하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에서
부터 전체 기업의 절반 가량이 부도상태에 빠져 대량실업사태가 임박했다는
진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지는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세계경제의 3대 악재 중
하나로 중국의 경제좌초를 꼽고 있기도 하다.

미국 지식인층과 정부 일각에서는 빈부격차심화에 따른 중국 내 폭동과 내란
가능성까지 점치기도 한다.

영국의 한 방위전문가는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한 인근국에 대한
중국의 무력도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직도 다분히 폐쇄적인 데다 너무도 복잡하고 거대한 중국사회의 미래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장 날카롭다는 분석가들조차 중국문제에 부딪치면 아직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숱하게 제기됐던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예측들이 번번이 빗나간 사실이
중국의 미래를 점치기 어렵다는 점을 잘 말해준다.

비록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한.중 양국관계를 점치는 것은 지리적 근접성
이나 교역관계 등을 감안할때 중요한 일이다.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배제하더라도 한국과 중국관계의 앞날에 대해선 벌써
부터 어두운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양쪽이 모두 매우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끌어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한동안 좋아지기보다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장 걱정은 양국의 경제협력구조다.

93년부터 98년까지 5년동안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150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아시아국가들과의 교역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작년에도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1백42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이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급속히 위축됐으
나 이웃한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덕을 톡톡히 봤다.

중국이 한국산품을 원부자재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자 섬유 유화 기계, 그리고 심지어 철강과 조선에 이르기
까지 중국이 한국의 경쟁자로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속적으로 두자리 숫자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 상반기 중 처음으로 한국의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감소세로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세도 경쟁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부즈앨런해밀튼컨설팅이 재작년에 예고했던 "중국과 일본이란 호두까기에
낀 한국의 신세"가 현실화되는 것인가 하는 걱정을 지울 길 없다.

설상가상으로 만약 위안화까지 평가절하된다면 한국에겐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을 것인지 막연하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이 연내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위해
관련 협상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룽지 총리는 지난 4월 WTO가입의 조건으로 2005년까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대부분을 없애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중국은 인위적으로 세워진 보호막 뒤에서 자신은 물론
한국과 다른 아시아국가들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될 과잉중복투자를
자연스럽게 자제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한국으로서도 신속히 환경기술 생명공학기술 정밀화학기술 마이크로
로봇기술 등 중국의 발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약을
서둘러야겠다.

< shind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