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는 과연 연착륙(소프트 랜딩)에 성공할 것인가.

이는 거시 경제학자들의 탐구 대상만이 아니다.

요즘 미증시의 제1 화두는 경기의 연착륙 여부다.

지난주 미증시는 중반까지만 해도 한달여에 걸친 속락에 대한 반등 조짐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들어 속절없이 내림세로 되돌아섰다.

원인은 간단했다.

되살아난 경기과열 망령 때문이었다.

주말인 1일 다우존스지수의 종가는 10,273.00로 1주일 전에 비해 0.06%
하락했다.

내림폭이 미미하기는 하지만, 6주 연속 하락 행진을 계속했다.

첨단주 위주의 나스닥지수 역시 지난 한주일 동안 0.13% 떨어졌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S&P 500 지수의 분발이다.

지난 주 0.43% 상승하면서 증시전반이 침체 분위기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
냈다.

지난주 초반만 해도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주 연속의 수직하락에 대한
최소한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했었다.

증시의 실제 움직임 또한 이런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소폭이나마 반등 조짐을 나타냈다.

그랬던게 돌연 하락세로 되돌아 선 것은 주말들어 집중적으로 발표된 경기
지표들이 "물가불안-금리인상"우려를 다시한번 부각시킨 탓이었다.

먼저 상무부는 8월중 임금 이자수입 정부보조 등을 망라한 미국인들의 평균
개인소득이 0.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미국인들의 개인소득은 8개월 연속 늘어났다.

뿐 만 아니다.

이 기간중 개인소비 역시 전달보다 0.9% 증가했다.

당연히 저축률은 사상 최저수준인 마이너스 1.5%를 기록했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전국 구매자관리협회(NAPM)의 9월중 구매지수가
57.8로 전월(54.2) 수준을 크게 웃돌었다는 발표였다.

이는 9월중 지수가 8월보다 약간 높은 54.5에 그칠 것이라던 블룸버그통신의
전망 등을 무색케하는 수준이었다.

9월중 NAPM 지수는 95년 5월 이래 4년여만의 최고치이기도 했다.

이런 경기 관련 악재들이 잇달아 발표되자 증시분위기는 즉각 "팔자"로
돌아섰다.

실제로 다우지수는 경기 관련 지표들이 쏟아진 1일 한때 1백53포인트나
급락했다가 가까스로 1백여 포인트를 만회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나마 더이상의 추락을 막은 것은 컴퓨터 주식 매입
프로그램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대기중이던 일부 투자자들이 매수 주문을 다투어 내놓은
덕분에 어느 정도나마 반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월가의 최대 관심사는 오는 5일로 임박한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 조치가 과연 단행될 것이냐 여부다.

1일 이전까지만 해도 추가 인상은 없을 것 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경기 과열 조짐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리가 또다시 인상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고개를 되들었다.

프루덴셜증권은 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은
50%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추가인상시 증시가 더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로 FRB가 이번에는
금리인상을 유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강하다.

이처럼 사라질 줄 모르는 "금리망령"은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기술 및 금융
주들을 다시 한번 추락의 소용돌이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기술주의 대표격인 휴렛 패커드와 IBM이 1일 하룻동안에만 5% 안팎씩 떨어진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관련주식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제 월가의 눈과 귀는 5일의 FOMC 결과를 향해 고정돼 있다.

어떤 내용이 됐건 금리안개가 걷히고 나야 향후의 주가방향도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