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재연죽경 추일염청휘
과숙경지중 과한착만희
유봉비부정 한압수상의
파지신심정 서지원불위

띠지붕 서재는 대밭 사잇길로 이어지고 /
가을날 햇살은 맑아 마냥 곱구나 /
과일이 익어가며 받침가지 무거워 처지고 /
날씨 차가워지면서 덩굴에 오이도 듬성듬성 /
벌들은 이리저리 정처없이 날고 /
오리들은 서로 몸 기대고 한가롭게 조네 /
몸과 마음 이 가운데 고요함을 알겠나니 /
은거생활 평생소망 나는 이룬 셈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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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의 문인 서거정이 엮은 가을 바람이라는 제목의 시다.

작품속의 유정한 정취를 이 가을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