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2년의 성적표 ]

"한국경제가 빠르면서도 지속적인 성장궤도로 복귀하려면 IMF(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의 완전한 이행이 긴요하다. 이 프로그램은 역내 안정과 성장회복
에도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97년12월3일 한국정부와 구제금융협상을 마친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담화문의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지난 9월30일.

"한국은 성장률 경상수지 물가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골고루 좋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외부요인이 급변하지 않는 한 회복국면은 계속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휴버트 나이스 아태국장이
한국경제에 대해 내린 평가다.

캉드쉬 총재와 나이스 국장의 발언을 일직선상에 놓고 보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한국은 IMF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했고 그 결과 빠르게 회복됐다"

한국이 "IMF 모범생"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런 논리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진짜 모범생일까.

일단 경제지표상으로는 "예스"다.

지난해 마이너스 5.8%로 곤두박질쳤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8%대로 예상
되고 있다.

실업률도 지난 2월의 8.6%를 정점으로 8월에는 5.7%까지 하락했다.

97년말 달러당 2천원대까지 폭락했던 원화가치는 올들어 1천2백원 안팎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대외균형도 크게 개선됐다.

97년 81억달러 적자였던 경상수지가 작년에는 4백억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도 2백억달러 흑자가 무난히 달성될 전망이다.

IMF 체제로 들어갈 당시 37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도 6백50억달러로
확충됐다.

한때 정크본드 수준으로 전락했던 국가신용등급도 투자적격단계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의 개선만을 놓고 모범생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
논리다.

경제회복의 내용이 튼실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구제금융에 합의할 당시 한국에 대해 IMF가 내린 처방은 대외개방 확대와
구조개혁, 재정.통화긴축이었다.

이 가운데서 한국은 대외개방과 구조개혁에 있어서는 "모범생"다운 열의를
보였다.

대외개방과 관련해서는 외국금융기관의 국내 금융자회사 설립과 국내금융
기관 인수.합병(M&A)을 허용했다.

상품시장에서도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폐지되는 등 개방폭이 더욱 개방됐다.

구조개혁 분야에서는 30대 그룹에 대해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조기해소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금융계도 5개 부실은행이 문을 닫은 것을 비롯 2백64개 금융기관이 정리
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그러나 긴축정책만큼은 모범생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애초 IMF는 재정균형내지 소폭의 흑자를 요구했다.

통화정책도 "즉시 긴축기조로 전환하고 금리상승을 용인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연 31%까지 치솟았다.

그렇지 않아도 약한 체력은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견뎌내지 못했다.

하루평균 1백여개 기업이 맥없이 쓰러졌다.

실업자도 마구 쏟아냈다.

97년12월 65만명이던 실업자가 98년1월에는 93만명, 2월에는 1백23만명
식으로 늘어났다.

긴축일변도의 정책기조는 곧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규성 당시 재경부 장관은 IMF와의 98년2분기 협의테이블에서 "회생
위주의 워크아웃"론을 역설하며 긴축고삐를 푸는데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때마침 제프리 삭스, 앨리스 암스덴 등 외국경제학자들도 "긴축해악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터였다.

결국 IMF도 긴축완화에 동의, "콜금리를 계속 인하한다"는 문구가 2분기
정책의향서(LOI)에 삽입됐다.

통화고삐가 느슨해지면서 98년 상반기중 14~15%대에 머물던 총통화(M2)
증가율이 3분기 20.6%, 4분기 24.7%로 높아졌다.

이에따라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져 작년 11월에는
드디어 한자릿수에 진입했다.

저금리의 효과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98년6월 한때 300선이 깨졌던 종합주가지수는 10월 400선, 11월 500선을
차례로 돌파하며 상승기류를 탔다.

이는 "자산효과"를 통해 꺼져 가던 소비의 불씨를 살려냈다.

그 불씨는 다시 산업현장에 옮겨붙어 올해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문제는 한국경제가 "IMF모범생" 소리를 들을 만큼 빠르게 회복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처럼 긴축완화로 선회한게 결정적 요인이라는데 있다.

과거 경험상 긴축완화에 따른 경기회복은 지속력이 없다.

오히려 경상수지 악화, 물가불안 등 후유증만 낳는다.

최근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하고 있는게 단적인
예다.

21세기 국가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패턴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못하면 주기적으로 외환위기를 겪는 멕시코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 임혁 기자 limhyu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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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구성 ]

한국경제신문은 CS Korea 2000 시리즈를 위해 지난 7월 특별취재팀을 구성,
3개월에 걸쳐 취재활동을 벌여 왔습니다.

이번 기획엔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이 참여합니다.

취재팀은 이들 연구기관 외에 전문가들을 면담하고 해외현지 취재를 통해
보고 들은 내용을 독자 여러분께 생생하게 심층적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취재팀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경환 논설위원겸 전문위원
<> 한상춘 논설위원겸 전문위원
<> 임혁 박민하 기자(경제부)
<> 이익원 기자(산업부)
<> 이의철 기자(정치부)
<> 박재림 기자(국제부)
<> 김홍열 기자(증권부)
<> 강동균 기자(문화레저부)
<> 조남규(편집부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