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변보다 강한 침묵, 절규보다 강한 몸짓"

25년전 국내에 최초로 마임을 소개한 김성구가 창작 마임드라마 "보허자"를
2~4일 동숭홀 무대에서 선보인다.

"보허자"는 국태민안과 임금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조선조 궁중음악으로
가사와 악보가 지금까지 전해오는 작품이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용범이 도교적인 축원이 담긴 "보허자"를 30편의
연작시 속에 시적 이미지로 풀어 20세기 말의 한국으로 공간을 옮겨 놓았다.

마임이스트 김성구는 김용범의 극본을 무대위에서 한국적 정서가 담겨 있는
침묵의 몸짓언어로 형상화한다.

볼거리 위주의 서양 마임이 아니라 자연스런 몸짓으로 우리 정서를 표현해
낸다는게 제작진의 의도.

그래서 마임이 아니라 "묵극"이라 이름붙였다.

전쟁중 잉태돼 국가 재건과 독재 치하에서 자란 뒤 고도성장의 주역에서
오늘날 IMF 체제하의 명예퇴직 대상으로까지 전락한 40대.

그들이 세상을 향해 내는 유일한 외침은 "침묵"이다.

이번 작품은 그들이 겪는 아픈 현실과 이 현실을 한차원 높게 승화시켜
몸짓언어로 풀어내는 "40대를 위한 소리없는 웅변"이다.

마임 특유의 침묵과 정적의 틈새로 비치는 이미지를 통해 우리 시대의
애환을 읽을 수 있다.

프롤로그 "연민, 그리움, 설렘"에서부터 에필로그 "용약"까지 총 7장으로
이뤄졌으며 기존의 서양 마임과 달리 스토리와 플롯을 입혔다.

2장 비상(모든 법이 상주함이 없이 인연에 따라 변천하는 일), 3장 유능제강
(부드러운 것이 강함을 이김), 5장 상선약수(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6장
시해(몸만 남기고 혼백이 빠져 나가서 신선으로 변하는 일) 등 각 장의
제목에는 세기말의 어두운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는 노장사상이 담겨 있다.

국내 마임 사상 최다 출연진인 15명의 면면도 새롭다.

얼간이 역의 김성구를 비롯 민경진 오민해 차재성 김정국 이봉교 김세연
김태진 등 연극배우와 국악 전문가들이 가세했다.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이다.

2,4일 오후 7시, 3일 오후 3시 7시.

(02)3663-4663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