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턴 부채비율 2백%가 대기업의 생사를 가름하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백%를 넘으면 은행대출이건, 회사채.기업어음(CP)이건 남의 돈 끌어쓸
생각을 말아야 한다.

시장에서 거부당하기 때문이다.

남의 돈으로 장사하다 자금줄이 막힌 기업의 말로는 퇴출.도태 뿐이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28일 "(기업의) 부채비율 2백% 준수여부는 정부와의
싸움이 아니라 시장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굳이 재무구조 부실기업을 제재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옥석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정부가 부채비율 2백%를 강요하는데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공들여 키워온 시장을 통해 준엄하게 심판하겠다는 복안이다.

은행들은 올해말부터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도입한다.

이미 시행하는 곳도 있다.

지금까진 멀쩡해 보이던 기업도 부채비율이 높으면 이자도 못내는 기업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정상여신이 요주의(이자 1~3개월연체)나 고정(3~6개월 연체)으로 분류된다.

요주의이면 신규여신 중단, 고정이면 기존여신 회수 대상이다.

은행 입장에선 대손충당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정상여신은 대손충당금이 여신액의 0.5%에 불과하지만 요주의, 고정은
2~20%에 달한다.

이는 최소한의 적립기준일뿐 실제론 충당금을 훨씬 더 쌓아야 한다.

은행으로선 해당기업에 대해 충당금 부담만큼 고율의 이자를 요구하거나
대출중단 조치를 취할 게 뻔하다.

신용평가회사들도 과거처럼 수수료나 챙기면서 부실한 기업을 적당히
눈감아 주지 않는다.

자신들도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 2백%를 넘긴 기업에 A등급을 줄리가 만무하다.

B등급 이하면 시장에서 정크본드(쓰레기채권) 취급을 받는다.

자연스레 회사채나 CP를 통한 자금조달 통로가 막혀 버린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결합재무제표가 공개되면 위장증자를 통해 자본을
불리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흔히 사용돼온 연계출자, 순환출자 등을 상쇄한 뒤 자기자본이 크게
떨어지는 기업은 시장에서 살기 어렵다.

금감위 관계자는 "64대 그룹이면 적어도 그룹단위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금융감독원은 금주부터 6대이하 42개 그룹(15개 워크아웃 대상
그룹 제외)과 거래하는 9개 주채권은행을 대상으로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자구노력이 부진한 그룹들은 스스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선택해야 할 전망이다.

부채비율이 높아 부실징후기업(요주의,고정)으로 전락하면 달리 생존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기존 15개 그룹 외에 상당수 그룹의 워크아웃 착수를 점치고 있다.

물론 부채비율 2백%가 불변의 잣대는 아니다.

은행은 대출기업의 미래상환능력을 평가할때 부채비율 외에 현금흐름,
기업특수성 및 해당업종 환경, 경영자의 자질 등을 종합평가한다.

부채비율이 나빠도 당장 물건이 잘 팔려 현금흐름이 좋고 사업전망이
밝으면 부실기업 분류를 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2백%는 개별 계열사가 아닌 그룹단위 기준이다.

건설 무역 운송 등 전반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업종이라면 업종평균
부채비율이 먼저 고려될 것이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