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주부에서 발명가로 화려한 변신"

특허청 대한상의 한국경제신문 등이 공동으로 추진중인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갖기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정주부가
아이디어상품을 개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7월 모자디자인업체 "포미나패션"을 창업한 전용진(39) 사장.

그는 37세 나이로 발명계에 데뷔, 여성들도 언제든지 발명기업가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발품은 거친 바람에도 잘 벗겨지지 않는 "탄력밴드 모자".

지난 7월 실용신안 등록을 마치고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 사장의 발명은 자신의 컴플렉스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녀는 외출할 때면 항상 모자나 양산을 챙기는 버릇이 있다.

본래 화장을 안하는 데다 지나칠 정도로 흰 피부 때문에 햇빛을 싫어하기
때문.

"외국 여행을 갈 때도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모자가게입니다. 하지만 딱히
맘에 들거나 편안한 제품이 없어 무의식중에 모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요"

지난 97년 10월 그는 우연히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가족과 함께 인천대공원에 놀러갔다가 강렬한 햇빛을 막으려고 모자를
2개나 썼다.

때마침 강풍이 몰아치면서 모자가 날아가버렸다.

순간 밴드달린 모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밤새 고무줄과 헝겊 등 여러가지 재료를 모자에
대봤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다음날 아침 세탁기의 빨래감에 섞여있는 아이들의 팬티를 보고 디자인을
구체화했다.

이렇게 해서 머리에 잘 맞고 편안한 탄력밴드 모자가 만들어졌다.

이 모자는 헤어밴드 형태로 머리 뒷꼭지에 내려쓰도록 제작됐다.

강한 바람이 몰아쳐도 잘 벗겨지지 않아 등산 낚시 해양스포츠 등을 즐길 때
안성맞춤이다.

특히 서울여상에서 5년간 교편을 잡았던 전 사장은 "오존층이 뚫리면서
유해 자외선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피부보호가 필요한 성장기의 학생들을
위해 야외 학습이나 체육시간에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새내기 발명가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발명특허제도에 문외한이다보니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80년대 후반부터 출원되거나 등록된 모자의 특허기술을 뒤졌다.

한달동안 특허청과 발명진흥회를 쫓아다닌 끝에 그해 11월 국내 및 PCT
(특허협력조약) 출원을 마쳤다.

올해초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등 유명메이커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시제품을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10여개 모자 생산업체를 수소문해 찾아다녔는 데
오히려 문전박대만 받았어요"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에 있는 "마루솔"이란 생산업체를 만나면서 비로소
사업화의 기회를 잡았다.

상품성을 인정한 마루솔이 일본 바이어와의 면담을 주선하고 생산을 맡아준
것.

지난 6월 방한한 바이어로부터 마루솔이 일본의 64개 백화점에 공급하는
모자 전량에 탄력밴드를 붙여달라는 주문을 받아냈다.

또 다음달 현대종합상사를 통해 미국 바이어와도 수출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전 사장은 "평범한 일상 속에 무궁무진한 발명의 싹이 숨어 있다"며
"여성들도 뜻만 있으면 비즈니스의 길은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02)754-1626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