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제54차 연차총회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3일간 일정으로 공식 개막됐다.

이번 총회는 20세기 마지막 세계금융회의로 21세기 국제금융체제 개편
방안을 협의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총회에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재무장관과 JP모건 등 국제투자은행 대표
등이 대거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봉균 재경부 장관을 단장으로 전철환 한은총재, 20여개
금융기관 대표가 참석했다.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는 9개로 집약된다.

<>금융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 마련 <>신흥개도국의 금융시스템 강화
<>선진국의 금융규제 강화 <>민간투자자 등 민간부문의 책임성 강화 등이
의제로 올라 있다.

또 <>국제기구 개편 <>환율제도의 개선 <>금융부문의 개혁 <>과대채무
최빈국(HIPC) 부채해결 <>세계은행 자본확충 등도 이번 회의서 거론될
주요과제다.

특히 금융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국제기준 강화, 핫머니 유출입 통제방안
마련 등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이번 총회에 참석중인 세계 금융 지도자들은 27일 장래 경제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금융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FRB) 의장은 이날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한 연설에서 "개도국들이 금융체제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세계적 금융위기는 앞으로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10여년간 일본을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일본 기업들
이 미국에 비해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신용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은행권에 대한 자금지원 못지
않게 금융시스템을 다양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개혁의 구체적 방안으로 IMF는 회원국들이 외환보유고와 같은 정보들을
적기에 시장에 제공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약을 채택했다.

또 선진 7개국(G7)은 향후 금융개혁 추진 방안을 마련할 20개 선진국과
개도국의 모임(G20)을 결성키로 했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IMF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더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머스 장관은 "과거 빈국 지원 프로그램이 지원 대상국들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프로그램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MF와 세계은행 개발위원회는 2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각국 재무
장관들이 "과다 채무 빈국 지원계획(HIPC)"을 위해 세계은행과 다자금융기관
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HIPC를 위해 세계은행과
다자금융기관들이 계획하고 있는 1백10억달러의 자금 마련이 거의 성사됐다
고 설명했다.

일본이 제시했던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아시아 경제전망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아로요 필리핀 부통령은 세미나후
"유연해진 IMF의 정책을 감안할 때 별도의 새로운 기관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에는 IMF 처방이 효력이 없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 김선태 기자 orc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