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는 21세기 정보통신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걸프전이나 코소보분쟁에서 본 것처럼 군대와 항공 분야에선 이미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국내엔 원천기술이 없어 핵심부품 등을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고 있어요. GPS 기술자립이 없으면 정보통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GPS 기술을 한국에 심는 벤처기업이 있다.

올해초 설립된 엑시엄GPS(대표 조창석)가 바로 그곳이다.

이 회사는 GPS와 관련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또 GPS 위성과 통신을 주고받는 RF(고주파)수신용 모듈을 자체 설계하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땅위에 있는 사람이나 차량의 위치를 추적,
전자지도 위에 정확하게 나타내는 응용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조창석(39) 사장은 "오차범위를 크게는 반경 수십m에서 작게는 수십cm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며 "현재 상업용으로 내놓은 개발품들은 오차
범위를 반경 25m이내로 맞춘 범용성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본래 정치학을 전공한 조 사장이 GPS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에서 제이슨 신(46)씨와 공동으로 엑시엄
내비게이션사를 창업하면서부터다.

재미교포인 제이슨 신씨는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GPS 전문가.

80년 아폴로우주선을 제작한 록웰사에 들어가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자동항법장치 개발에 참여했다.

84년엔 헬기업체인 휴즈사로 옮겨 항공관제시스템을 완성했다.

그는 86년부터 군수업체인 IEC사에서 1백여명의 엔지니어를 거느린 GPS
프로젝트팀장을 맡아 미국 국방성의 미사일 자동항법장치와 비행모의훈련장치
개발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했다.

"87년 남가주대 유학시절 제이슨 신씨를 처음 만났지만 그의 직업은
몰랐습니다. 그가 IEC사를 그만둔 94년말에 GPS분야의 세계적인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당시 한국군에서 GPS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고 공동 창업을 결정했어요"(조 사장)

미국에 먼저 회사를 차린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군사 및 항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GPS는 선진국 간에도 기술공개를
꺼리는 대표적인 분야다.

따라서 미국에서 우선 자리를 잡고 한국내에 합작법인을 설립, 상업용
응용제품 형태로 자연스럽게 기술을 이전해오기로 한 것이다.

조 사장과 제이슨 신씨는 비로소 지난 1월 엑시엄GPS를 창업, GPS 불모지인
한국에 원천기술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엑시엄GPS는 CNN NBC 등 미국 언론에 히트예감상품으로 소개된 "스포츠
트랙커"를 비롯 "12채널GPS스마트안테나" "무선데이터단말기"(MDU)를 이달말
부터 연달아 선보인다.

스포츠트랙커는 미국의 레저장비업체인 맵트랙사와 북미지역 독점판매권
이전협상을 진행중이다.

또 스마트안테나와 MDU도 북미와 유럽시장에 연간 3백5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연말엔 차량위치추적이나 레저는 물론 산악과 해상의 조난위치확인에 활용할
수 있는 "휴대용GPS단말기"를 내놓는다.

이 단말기는 소프트웨어만 추가할 경우 오차범위를 1m미만으로 줄일 수 있는
DGPS(오차보정GPS)기능도 갖게 된다.

엑시엄GPS는 앞으로 범죄예방과 항공 분야의 모델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며 정부 산하 연구소와 군사용 GPS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02)3462-4171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