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으면 분해되는 플라스틱, 다이옥신 등 유해한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플라스틱"

"꿈의 플라스틱"이다.

이같은 "포스트 플라스틱"(Post-Plastic)시장을 선점키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물론 벤처기업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제 플라스틱 대체 시장은 이머징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 나일론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플라스틱.

현대문명의 총아, 인류의 최대 발명품 등 갖가지 수식어를 달며 세계 산업의
역사를 새로 써온 플라스틱이 60년만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환경호르몬과 1회용품 규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가속화
되고 있다.

땅에 묻어도 썩지 않고 불에 태우면 다이옥신을 내뿜는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

<> 썩는 플라스틱이 뜬다 =포스트 플라스틱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SK 한화 대상 등이 앞선 주자들.

일부 기업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부분 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에 전분(녹말가루)을 섞어 만든다.

96년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완전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한 곳은 SK.

전분에다 분해되는 플라스틱인 지방족 폴리에스터를 혼합해 만들었다.

일명 그린폴.

그러나 가격이 4~5배(원료 기준) 수준이어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환경부와 협의해 30% 가량만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쓰레기종량제 봉투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폴리에틸렌으로 만드는 쓰레기종량제 봉투는 연간 내수 수요가 2만t
(5백억원)에 이른다.

업계는 이 시장에서 연말부터 생분해 플라스틱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 역시 올해초 개발한 에코플라스트로 쓰레기 종량제봉투 시장에
진출키로 했다.

최근엔 대상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포스트 플라스틱 시장을 플라스틱 기업이 아닌 전분을 생산하는 기업이
개척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열가소성전분을 응용해 쓰레기봉투를 시작으로 면도기 칫솔 수저
골프티 등을 대체할 제품을 속속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환경호르몬이 없는 플라스틱도 줄지어 선보인다 =코오롱 대림산업 우리켐
이 무환경호르몬 플라스틱 시대를 여는 주역들이다.

대한펄프와 같은 제지업체들도 환경호르몬이 낳은 포스트 플라스틱 시장
선점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97년 폴리에스터 수지인 노플라를 개발, 음료수 및 장류용기
식판 화장품용기 젖병용으로 생산중이다.

노플라로 작년 3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1백30억원, 내년엔
4백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가칭 디레진을 개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컵라면용기로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국내외 라면용기업체에 샘플을 보낸 상태다.

화학벤처기업인 우리켐은 전체 플라스틱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폴리올레핀계
를 대체할 수 있는 무환경호르몬 플라스틱을 개발, 양산을 준비중이다.

이 회사에 투자하기로 최근 결정한 창투사 와이즈-내일 인베스트먼트의
조전혁 금융본부장은 "인텔의 CPU처럼 "우리켐인사이드"란 문구가 세계
플라스틱 시장을 누빌 날이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종이로 환경호르몬 발생 플라스틱을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에서 컵원지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대한펄프는 무독성
폴리에틸렌을 코팅한 컵으로 포스트 플라스틱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종이의 생분해성도 강조한다.

그러나 가격이 10~20% 정도 비싸고 매립하지 않고 거둬서 재활용할 때는
처리가 여의치 않다는 문제를 갖고있다.


<>앞으로의 전망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장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경제연구원의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플라스틱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범퍼 소재가 철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듯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기술로는 포스트 플라스틱이 강도 등 물성면에서 기존 플라스틱에
크게 뒤진다.

가격도 높아 보급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으로 대체되는 시장과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시장이
공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특히 플라스틱 대체시장에서는 전자파를 차폐하는 플라스틱 역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우리켐 이학수 박사).

휴대폰 케이스에서부터 전자파에 의한 오작동 우려가 큰 의료기기의
하우징 등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전자파를 완전히 차단하는 플라스틱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동영 박사는 "전자파를 구성하는 자기파를
차단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