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뉴밀레니엄의 시작을 꼭 1백일 남긴 날이었다.

지난 주는 이날을 계기로 사회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새 천년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한 주였다.

특히 지금은 새 천년의 시작점인 동시에 증기엔진의 1차 산업혁명과 전기의
2차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의 3차 산업혁명기 초기 시점이란 점에서 각별히
소중한 때로 여겨지고 있다.

산업이 한단계 혁명적인 변화를 겪을때마다 초기 십여년이 지구촌 공동체의
수백년 운명을 판가름 내왔기 때문이다.

기술혁신과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특징지워지는 3차 산업혁명기의 초기
십여년은 이전의 그것과는 달리 대부분 사람들에게 밝기보다는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세계 도처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
된다.

경제성장 속도가 이전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미미한 가운데 빈부격차는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때문이다.

나눠먹을 파이가 좀처럼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극소수 사람들에게 부와
소득이 집중되면 자본주의적 사회질서는 위협받게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상황은 이같은 상황을 예측 가능케한다.

당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옹호한 정권은 미국 정도에 불과했다.

유럽의 경제적 부흥을 내세운 마샬플랜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금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후발개도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들에서 마저 정치권력
은 이미 좌파 성향 정권 손에 들어 있다.

불행하게도 예견되는 빈부격차의 심화를 막을 만한 대책은 마땅치 않다.

제조업이 생산활동의 주류였던 "제2의 물결"사회에서는 교육과 생산양식이
규격화, 대량화되면서 소득수준도 평준화됐다.

하지만 "제3의 물결"사회에서는 다양화가 주된 흐름이다.

남과 비슷해선 살 수 없게 됐다.

생산의 원동력도 지능과 판단력으로 전환되고 있다.

두뇌력이 편재돼 있는 것이 현실이니 소득도 편재될 수밖에 없다.

웬만한 두뇌활동은 인공지능으로 대치되면서 중간관리층이 없어지고 있다.

또한 세계시장이 단일시장으로 대통합되며 경쟁자의 숫자는 1차 산업혁명기
의 12억명에서 45억명으로 늘었고 조만간 60억명이 될 전망이다.

선진국 하류층의 생활수준은 나라 경제가 아무리 호황이어도 후진국 하류층
수준에 수렴하고 있다.

미국이 그 전형적 예다.

국내 일류가 아니라 세계 초일류이어야만 사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마디로 빈부격차에 관한 한 중산층이 없었던 "제1의 물결"사회, 즉
농경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

다음으로 사회 내 웃어른이나 고령자에 대한 존경심이 엷어질 전망이다.

기술발전과 신지식창출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체험과 경험의 중요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 속에서 사회전체의 복지비 부담이 급증해 젊은이들에게
돌아가는 과실이나 취업기회가 줄어들면서 젊은이들의 기득권자와 기존질서에
대한 반항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갈수록 공격적이 되고 과격해지는 것이나, 선진국 직장내
무례함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음이 이를 말해준다.

또 한가지는 중세시대처럼 도덕과 소집단 우두머리의 권위가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경사회가 진척되며 중세 유럽에선 모든 부와 소득의 원천이었던 토지가
극소수 사람에게 편재됐다.

그래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사회질서가 무너졌다.

그러자 사람들은 높은 성벽을 지닌 봉건영주 밑에 모였다.

이곳에서는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생업이 가능했으며 시장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현대 복지국가가 시급히 현 체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미래
사회는 중세처럼 성밖에 나가기 두려운 소집단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이때 소집단은 대기업 그룹일수도 있고 특정 마을공동체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나름대로의 예의범절과 엄격한 행동양식이 강조될
것이다.

< shind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