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제도 개혁과제 >

김수곤 <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위원장 >

노사관계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수노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한 사업장에 복수노조를 둔다는 것은 "마누라가 둘 있는 것"과 같다.

1대2의 구도로는 도저히 교섭이 이뤄질 수 없다.

절반 이상의 근로자들에게 지지를 얻은 노조가 배타적 교섭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걸레와 같은" 임금체계도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복잡하고 비합리적이다.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이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두개의
임금잣대를 통해 분쟁의 씨앗을 수없이 뿌려 놓았다.

임금체계가 엉망이 된 데에는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정부는 기본급인 통상임금을 올리면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노동비용을 왜곡해 왔다.

기업은 잔업수당 상승효과를 두려워해 기본급은 묶어두고 수당을 남발했다.

노조간부는 생색을 내기 위해 임금 인상보다 새로운 형태의 수당신설을
선호했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내 모르는 주머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정액급여 외의 수당을
원했다.

임금체계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을 "표준임금"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직금이나 휴업보상금 등도 표준임금을 기초로 산정하면 된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표준보수월액도 표준임금으로
대체하는게 합리적이다.

최저임금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생계보호를 위한 훌륭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절차 때문에 해마다 결정과정에 난항을 겪어왔다.

근로자, 사용자 대표들이 참여한 의결기관의 정족수 규정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그렇다.

노사 대표들이 산별 또는 전국차원의 대표로 나오는 것도 타협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제도개선 방안으로 "선택적 중재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노.사.정 대표 각 3인씩으로 9인소위원회를 구성, 의견을 조정한 뒤
전체회의로 넘기면 된다.

전체회의에서는 노사양측의 최종안을 제출케하고 공익위원들이 두개의
최종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