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지진사태가 세계 반도체 주가지도에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자 국제 반도체
가격이 뜀박질을 치고 있다.

그러나 대만과 생산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일본 반도체 관련주가
폭락하고 있는가 하면 대만과 생산관계가 없는 독일의 지멘스와 한국의
반도체 4사 주가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도 대만의 지진이 오르는 국제 반도체 가격에 기름을 끼얹은
만큼 이런 주가지진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주가 지진 =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전자 현대반도체등 한국의 반도체 3총사는 날개를 달았다.

삼성전자는 오후장들어 프로그램 매도로 마이너스로 끝났지만 22일 장중에
연중최고치를 경신했다.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도 장중에 연중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조립업체인 아남반도체도 21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른데
이어 22일에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브라운관 생산업체인 삼성전관도 이날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미국 반도체업체의 주가는 급락했다.

모토로라는 21일(한국시간) 2.8달러 하락했다.

내셔널 세미컨덕터도 1.8달러, PMC시에라는 2.6달러 주저앉았다.

일본 도시바도 5.3% 하락했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칩을 생산한 뒤 최종 조립공정은 대만업계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왔다.

대만의 반도체 조립공장이 지진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은 탓에 당분간
정상적인 제품공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생산 관계 =반도체 공정은 두가지로 나뉜다.

원재료에서 웨이퍼를 찍어내는 전공정과 이를 포장하는 후공정이다.

대만에는 TMCS처럼 두공정을 모두 자체 해결하는 업체도 있지만 후공정만
맡는 조립업체도 많다.

대만의 지진사태는 완제품 생산업체에 타격을 줘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다.

지진이 난 다음날인 22일 64메가D램 가격이 10% 올라 개당 17달러선으로
뛰었다.

또 조립업체는 대부분 미국의 인텔 모토로라나 일본 도시바등으로부터
수주를 받아 제품을 생산한다.

그러나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아 정상적인 설비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업체는 대만에 조립하청을 준 곳이 없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급등세다.

반도체3사는 이제 표정관리만 하면 된다.

세계최대의 조립업체인 아남반도체도 최대 라이벌업체들이 타격을 받아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관과 LCD업체의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만 세계 2위 브라운관업체인 중화영관과 대만에 진출한 필립스가 지진으로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 전망 =반도체의 경우 대만업체들의 생산이 최소 두달간 정상적인 궤도
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다.

조립부문의 경우 가동자체가 불가능해 한국 아남반도체로 물량이 몰릴
가능성도 높다.

또 대만업체들이 내년에 신규진입할 예정이었던 TFT-LCD를 생산하는 업체도
당분한 호황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등 반도체 4사, LCD에서는 삼성전자와
LG LCD의 지분 50%를 갖고 있는 LG전자, 브라운관에서는 삼성전관의 수혜가
예상된다.

또 대만에서 "지진 리스크"가 확인되면서 외국의 투자자금유입이 주춤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경우 한국등으로 자금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대만에는 불행이 닥쳤지만 한국증시는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지렛대를 얻은
셈이다.

< 조주현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