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미국 인종평등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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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포드 < 전 미국대통령 >
미국이 금세기에 이룩한 찬란한 업적들은 무수히 많다.
경이적인 과학기술, 부의 민주화, 정치권력의 분산화 등 인류역사에 굵직한
획을 긋는 사건들이 미국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빛나는 업적은 "인종 평등"의 구현이다.
이 위대한 사명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인종평등과 관련, 역사의 이정표가 된 일련의 사건들은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부커 T 워싱턴(1856~1915. 흑인인권운동가)을 백악관에
초대해 식사를 같이 했던 일, 트루먼 대통령이 군대의 흑인차별을 철폐한 것,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연방군대를 풀어 아칸소주 주도인 리틀록(1957~59년
흑인차별 폐지 문제를 놓고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대립,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에서 인종통합을 이뤄 낸 사건.
이 일들이 발생했을 때 가졌던 그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또 지난 65년 존슨 대통령이 의회에서 "우리는 극복해 낼 것"이라며 인종
차별 타도를 부르짖었던 감동적인 장면도 눈에 선하다.
이보다 30년전인 1935년 미시건주립대 4학년이던 나는 조지아텍과의 풋볼
시합을 앞두고 있었다.
그당시 우리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중 하나가 나의 친한 친구 윌리스
워드였다.
그는 흑인이었다.
흑인차별 전통이 강한 남부의 대표적인 대학인 조지아텍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우리팀의 출전선수 명단에서 빼라고 요구했다.
그가 뛰면 우리와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팀 동료들은 조지아텍의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나 윌리스 본인이 게임에서 뛰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학이란 공간은 전통을 보전하는 동시에 혁신을 주도하는 곳이다.
대학에는 수많은 책들이 활짝 열려 있다.
이것처럼 "정신의 창"도 열려있어야 한다.
결코 닫혀 있어서는 안된다.
인내와 용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닫혀서는
안된다.
풋볼경기장이나 실험실, 강의실...
그 어느 곳에서나 똑 같다.
미국의 모든 젊은이들이 미국의 다양성을 진심으로 수용해야 정신의 창을
열수 있다.
나는 이따금 "우리 세대에 미국의 다양성이 좀 더 반영된 환경을 가졌더라면
40년대, 50년대, 그리고 60년대의 세상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랬다면 지금 이 세상은 더 인간적이고 의로운 세상이 됐을 것이다.
나의 친구 윌리스에게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은 지금의 앤아버 캠퍼스
(미시건 주립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반세기나 지난 이제서야 말이다.
우리는 너무나 뒤늦게 국민유대를 선언하고 자유에 대한 사랑을 외치고
있다.
갈길은 아직도 멀다.
존슨 대통령은 생전의 마지막 연설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지를 우리에게 상기시켜줬다.
그는 이렇게 외쳤다.
"백인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검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결코
평등한 땅에 서 있지 않다. 각 인종들이 모두 나란히 서 있을지는 모르나
백인들은 역사의 산 정상에 서있고 흑인들은 역사의 산 골짜기밑에 서 있다.
이러한 불평등한 역사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은 진정한 민주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소수계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라는 문구도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
이 조치에는 대학 캠퍼스의 인종과 민족 구성을 현대 미국의 현실(여러
인종이 섞여 사는 다인종 사회)을 그대로 반영하게끔 해 정의롭지 못했던
과거를 시정해 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의 모교를 상대로 제기된 2건의 소송은 미국의 다양성과
평등주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소수민족의 취업과 입학에 일정 지분을 의무화하고 있는 소수민족 쿼터제도
를 철폐하라는 시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시건주립대를 고소한 사람들은 나의
모교가 신입생을 선발할 때 "인종"이라는 요소를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말도록 요구한다.
이같은 과격한 주장은 인종, 경제적 지위, 예체능분야의 재능 등 다양한
요소를 선발기준으로 삼고 있는 미시건주립대의 현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
변화의 시대는 도전의 시대이다.
오는 2030년께는 다양한 소수인종과 민족들이 전체 미국인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시각과 전통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나는 미래의 후배 대학생들은 더이상 우리 세대처럼 사회.문화적인 궁핍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정말로 피부색과 경제적 지위 때문에 고립되고 차별받는 또다른
윌리스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수계 우대정책을 폐지하면 "배타적인 나라"가 되기를 거부하는 미국의
국가비전이 빛을 잃고 만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곳에서 미국정부는 이들 모두에게
국방의 의무만이 아니라 "희망의 의무"도 안겨줘야 한다.
<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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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실린 제럴드 포드 전 미국대통령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
미국이 금세기에 이룩한 찬란한 업적들은 무수히 많다.
경이적인 과학기술, 부의 민주화, 정치권력의 분산화 등 인류역사에 굵직한
획을 긋는 사건들이 미국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빛나는 업적은 "인종 평등"의 구현이다.
이 위대한 사명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인종평등과 관련, 역사의 이정표가 된 일련의 사건들은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부커 T 워싱턴(1856~1915. 흑인인권운동가)을 백악관에
초대해 식사를 같이 했던 일, 트루먼 대통령이 군대의 흑인차별을 철폐한 것,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연방군대를 풀어 아칸소주 주도인 리틀록(1957~59년
흑인차별 폐지 문제를 놓고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대립,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에서 인종통합을 이뤄 낸 사건.
이 일들이 발생했을 때 가졌던 그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또 지난 65년 존슨 대통령이 의회에서 "우리는 극복해 낼 것"이라며 인종
차별 타도를 부르짖었던 감동적인 장면도 눈에 선하다.
이보다 30년전인 1935년 미시건주립대 4학년이던 나는 조지아텍과의 풋볼
시합을 앞두고 있었다.
그당시 우리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중 하나가 나의 친한 친구 윌리스
워드였다.
그는 흑인이었다.
흑인차별 전통이 강한 남부의 대표적인 대학인 조지아텍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우리팀의 출전선수 명단에서 빼라고 요구했다.
그가 뛰면 우리와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팀 동료들은 조지아텍의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나 윌리스 본인이 게임에서 뛰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학이란 공간은 전통을 보전하는 동시에 혁신을 주도하는 곳이다.
대학에는 수많은 책들이 활짝 열려 있다.
이것처럼 "정신의 창"도 열려있어야 한다.
결코 닫혀 있어서는 안된다.
인내와 용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닫혀서는
안된다.
풋볼경기장이나 실험실, 강의실...
그 어느 곳에서나 똑 같다.
미국의 모든 젊은이들이 미국의 다양성을 진심으로 수용해야 정신의 창을
열수 있다.
나는 이따금 "우리 세대에 미국의 다양성이 좀 더 반영된 환경을 가졌더라면
40년대, 50년대, 그리고 60년대의 세상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랬다면 지금 이 세상은 더 인간적이고 의로운 세상이 됐을 것이다.
나의 친구 윌리스에게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은 지금의 앤아버 캠퍼스
(미시건 주립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반세기나 지난 이제서야 말이다.
우리는 너무나 뒤늦게 국민유대를 선언하고 자유에 대한 사랑을 외치고
있다.
갈길은 아직도 멀다.
존슨 대통령은 생전의 마지막 연설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지를 우리에게 상기시켜줬다.
그는 이렇게 외쳤다.
"백인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검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결코
평등한 땅에 서 있지 않다. 각 인종들이 모두 나란히 서 있을지는 모르나
백인들은 역사의 산 정상에 서있고 흑인들은 역사의 산 골짜기밑에 서 있다.
이러한 불평등한 역사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은 진정한 민주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소수계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라는 문구도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
이 조치에는 대학 캠퍼스의 인종과 민족 구성을 현대 미국의 현실(여러
인종이 섞여 사는 다인종 사회)을 그대로 반영하게끔 해 정의롭지 못했던
과거를 시정해 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의 모교를 상대로 제기된 2건의 소송은 미국의 다양성과
평등주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소수민족의 취업과 입학에 일정 지분을 의무화하고 있는 소수민족 쿼터제도
를 철폐하라는 시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시건주립대를 고소한 사람들은 나의
모교가 신입생을 선발할 때 "인종"이라는 요소를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말도록 요구한다.
이같은 과격한 주장은 인종, 경제적 지위, 예체능분야의 재능 등 다양한
요소를 선발기준으로 삼고 있는 미시건주립대의 현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
변화의 시대는 도전의 시대이다.
오는 2030년께는 다양한 소수인종과 민족들이 전체 미국인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시각과 전통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나는 미래의 후배 대학생들은 더이상 우리 세대처럼 사회.문화적인 궁핍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정말로 피부색과 경제적 지위 때문에 고립되고 차별받는 또다른
윌리스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수계 우대정책을 폐지하면 "배타적인 나라"가 되기를 거부하는 미국의
국가비전이 빛을 잃고 만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곳에서 미국정부는 이들 모두에게
국방의 의무만이 아니라 "희망의 의무"도 안겨줘야 한다.
<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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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실린 제럴드 포드 전 미국대통령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