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SBS의 "슈퍼 엘리트 모델 갈라쇼"(12일 오후 6시50분 방송)가
방송가 안팎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가족 시청시간대에 여성모델들이 지나치게 선정적인 포즈를 취하는 화면을
내보내 충격을 주었던 문제작이다.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는 이 프로그램에 중간단계의 징계인 "경고"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대해 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보다 강도높은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방송을 비롯해 미디어에서의 "여성 성상품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비추는 자극적인 화면으로 시선을 붙들려는 행태가
횡행한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도 잊을만 하면 "치마밑을 들추는" 내용이 등장한다.

심지어 여성노인들조차 성상품화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파워100세" 같은 노인프로그램에서 할머니들은 남성노인에 의해 파트너로
선택된다.

사회자는 매회 출연자에게 "첫날밤이 어땠냐. 처음 손을 잡았던 곳은
어디냐"같은 성적 농담을 던진다.

춤추는 할머니에게는 "섹시하게 하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여성인사에 대한 언론의 보도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미디어여성연합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여성인사에 대한 언론보도가
주관적이고 편파적이라는 점을 성토했다.

우선 여성인사에 대해 자동적으로 붙는 수식어가 용모에 대한 묘사라는
점이 그렇다.

손숙 장관에 이어 환경부 장관이 된 김명자 장관에 대해 도하 언론에서는
"미모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남성 장관에 대해 "잘생긴"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일이 있었던가.

고급옷 로비 의혹으로 미디어의 주요 추적대상이 되었던 연정희씨에
대해서도 "미모의"라는 수식어가 빠질 틈이 없었다.

외모를 여성에 대한 최우선 평가기준으로 삼는 그릇된 인식이 배어있음은
물론이다.

여성을 "제2의 성"으로 바라보는 사회풍토가 바로잡히지 않고서는 갈라쇼류
의 물의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