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가 친 볼을 개가 물고가 버리면?

흔치않은 일이 코오롱배 제42회 한국오픈골프대회 3라운드에서 벌어졌다.

당사자는 박상권 프로(35).

박은 한양CC신코스 16번홀(3백51m)에서 티샷을 페어웨이로 날렸다.

이 홀은 오르막이 심하기 때문에 티잉그라운드에서 볼의 낙하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박과 동반플레이어인 다키 야스시(일)는 떨어진 볼은 보지 못한 대신 개
한 마리가 가로질러 가는 것을 보았다.

세컨드샷을 하기 위해 페어웨이로 나온 박은 당황했다.

잘 맞은 볼이었는데 찾아보니 없었던 것.

혹시 왼쪽 러프로 굴러갔는가 싶어 그곳도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어이가 없어진 박은 "개가 물어갔기 때문에 무벌타로 드롭하고 치겠다"고
동반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일본선수는 일언지하에 "노"라고 대답했다.

"볼이 낙하할 즈음 페어웨이로 개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개가 볼을
물어간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과 함께.

박은 경기위원을 불렀다.

그러나 경기위원도 본 사람이 없다는데 박의 말에 동의할수 없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케이스".

경기위원은 "투볼 플레이"를 제안했다.

개가 물어간 것으로 간주하고 원구가 멈추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에서 무벌타로 드롭하고 치는 것과 원구를 분실구로 처리하고
티잉그라운드에서 다시 치는 것이었다.

박은 무벌타로 드롭한 것은 파를 했고, 티잉그라운드에서 다시 친 것은
보기를 했다.

경기종료후 경기위원회는 "개가 물어간 것을 본 사람이 없는 이상 원구는
분실구다"는 최종판정을 내렸다.

박은 따라서 티잉그라운드로 되돌아가서 친 볼의 스코어를 채택해야 했던
것.

즉 분실에 따른 1벌타를 포함, 티잉그라운드에서 다시 친 3타째로 보기를
했으니 정확한 스코어는 트리플 보기.

파와 트리플보기.

프로로서는 크나큰 3타차였지만 직접 본 사람이 없으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 김경수 기자 ksm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