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백년 동안 철도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이나 이름도 많이 바뀌었다.

정치.사회적 요구에 따라 그때 그때 새로운 이름이 붙여져온 우리나라의
열차이름은 민족의 애환과 시대상을 그대로 대변해 준다.

노량진~제물포간을 최초로 운행한 열차는 증기기관차의 모델명을 그대로
사용해 "모갈 1호"로 불렸다.

이어 개통된 경부선은 순종임금의 연호를 따 "융희호"라고 불렀다.

한일합방이 되자 경부선은 "히카리호" "아카스카호"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바뀌었다.

일제시대에는 이밖에도 "노조미호" "대륙호" "흥아호" 등이 있었다.

46년에는 해방을 기념하는 뜻에서 경부선열차를 "조선해방자호"로 바꾸었다.

6.25전쟁을 치른 후 55년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아 "통일호"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박정희정권이 들어서면서 애국심을 강조하기위해 60년 경부선열차에
"무궁화호"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62년에는 "재건호(경부선)" "태극호
(호남선)" 열차가 선보였다.

66년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중앙선 화물열차는 "건설호", 호남선
화물열차는 "증산호"로 명명됐다.

또 서울~광주간 "백마호", 서울~대전간에는 "청룡호"라는 여객열차가
운행됐다.

67년에는 경부선 피서열차에는 "갈매기호"라는 낭만적인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70년대 초반에는 국가이념을 재정립하는 시기였던 만큼 열차이름에 "신라"
"계룡" "충무" "상무" "을지" "화랑"등이 사용됐다.

77년에는 운행구간에 관계없이 열차등급을 열차명으로 써 "우등" "특급"
"보급" "보통"으로 나누어 83년까지 사용했다.

"새마을" "무궁화" "통일" "비둘기" 등 현재의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은
84년부터였다.

그뒤 15년이 지나면서 열차이름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여론에 따라
철도청은 최근 열차이름을 새로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서는 "새천년" "한빛" "단군"(이상 새마을), "온누리" "삼천리"
"한나라"(무궁화), "한마음" "금강" "평화"(통일), "아리랑" "추억" "고향"
"아라리"(비둘기) 등의 새 이름이 제시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