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부산시 등 관련기관들이 올 연초에 파이낸스사들의
부실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제재방안 등을 논의하고서도 처리를 미뤄 대형
금융사고를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부산지원과 한국은행, 부산시 등은 올해초 일부 파이낸스사의 도산
등 이상조짐이 나타나자 지난 1월27일과 3월10일 두차례에 걸쳐 대책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 2월 두달간에 걸쳐 파이낸스 업체들에 대한 집중조사를
벌여 영업실태와 문제점, 투자자들의 피해상황 등을 소상하게 파악해 놓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들은 지난 1월 1차 회의에서 파이낸스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내세워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금과 이자가 보장된다는
식으로 과장광고를 내 선의의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
했다.

또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을 주주형식으로 받거나 자금을 대출
형식으로 변칙 처리해 사고가 나도 투자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는 점도 파악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파이낸스사들이 고객들의 자금으로 무리하게 투자, 부실이
급격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유흥업소 등 대출에 적합하지 않은 곳에 자금을
빌려줘 고객들이 집단적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서로 소관업무가 아니라며 대책시행을 기피,
간접적인 홍보 대책 만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파이낸스사에 대한 대책으로 자율적 규제유도, 시민들에
대한 파이낸스 주의 홍보, 과장광고 중지 유도 등의 대안을 마련한 정도였다.

그 뒤 지난 3월말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광고실태조사를 벌인 것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들은 또 지난 3월 파이낸스협회와 연합회 관계자들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2차회의를 열어 연쇄 인출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금감원은 지난 2~4월 3개월동안 37개 파이낸스사는 물론 4개
교통범칙금 대행업체, 6개 렌탈사, 24개 유사투자자문업체, 5개 상조회사 등
76여개에 달하는 소위 유사금융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감원은 그 뒤 5개월여가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회장이 구속된 다음 양회장을 뒤늦게 고발하는 뒷북
행정을 펴 투자자와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파이낸스사들이 상법상 회사이기 때문에 부산시가 미리
나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며 "금감원 등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파이낸스가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경찰이나 국세청 차원의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 @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