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외국계금융기관들은 영업에 지장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한국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선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고 국내 우량기업이 아니면
자금을 빌려 주지 않는 등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외자계의 국내 금융업 진출현황과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이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 제거와 선진
금융기법 전수같은 긍정적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부가 유출되고
기업경영에 세세하게 간섭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게 연구소의
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은 지점을 새로 개설하기보다는 기존 금융기관의
인수나 지분참여 등으로 진출형태를 바꾸고 있다.

이미 대다수 시중은행에 외국자본이 지분참여하고 있다.

특히 외환 국민 한미은행은 1대 주주가 외국인인데다 주택 외환은행 등은
경영에 깊이 간여하고 있다.

외국은행과 외국인이 1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여.수신고 점유율은 이미 20%를 넘은 상태다.

증권과 보험업에서도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소로스의 퀀텀이머징 펀드가 서울증권을 인수하는 등 대유
조흥 굿모닝증권의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가 있다.

외국 증권사의 거래대금은 외환위기 이후 4.3배 증가해 국내 증권사의
2.6배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외국증권사 국내지점과 외국인이 1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은 거래대금 기준으로 18.2%에 달한다(7월말 현재).

전문직 등 특정 고객층에 대한 공략에 주력했던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시장 점유율도 급격히 높아졌다.

97년말 1.3%였던 것이 지난 6월 기준으로 2.2%까지 상승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산가격이 크게 떨어져 금융기관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연구소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의 규모가 큰데 비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99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 47개국중
41위에 그칠 만큼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철저히 시장원리에 입각하지 않은 정부의 금융정책은
외국 금융기관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외국자본의 급속한 철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은 소매금융에서 경쟁우위를 지켜야
한다"며 "기업들도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외국 금융기관과 우호적 파트너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