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대부분의 파이낸스사들이 15일 중도 환매는 물론 만기 도래금에
대해서까지도 지급을 중단키로 결정, 파이낸스사의 영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
됐다.

각 지점에는 이날 오전부터 투자자들이 몰려 들어 돈을 인출해줄 것을 요구
했으나 회사측은 정확한 시점을 확정하지 않은채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서
곳곳에서 충돌을 빚었다.

또 울산을 비롯한 경남북 지역과 인천 대전 등지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출자자들의 인출 요구가 들어오고 있어 지급불능으로 인한 연쇄파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의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고객들의 피해확산
은 물론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것"이라면서 "고객들이 중도상환 요구를
자제하는 것밖에 방법이 달리 없으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아 해결책이 없는 상태"라고 난감해 했다.

<>. 부산 =11개사가 가입한 부산시파이낸스협회는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당분간 영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중도해지를 허용하지 않되 만기도래금은
회원사들의 사정에 따라 자율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C, J, D사 등 대부분의 파이낸스사들은 만기 도래금에 대해 이미
지불을 중지한 상태여서 자율결정은 별 의미가 없다는게 한 회원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간 파이낸스사 영업장마다 원금을 찾으려는 투자자들과 며칠 더
참아달라는 직원들간의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장면이 연출됐다.

또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일부 파이낸스사는 직원봉급도 지급하지
못했으며 부도 직전에 이른 업체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대구 =부산 다음으로 파이낸스업이 성행하는 지역으로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지역의 파이낸스사는 현재 70여개로 자금 유치액은 약 7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구 지역에서는 3대 파이낸스의 하나인 청솔 파이낸스가 가장 먼저 영업을
중단, 14일과 15일 연 이틀동안 피해자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이날 아침부터 투자자들이 9개 지점에 몰려들어 인출가능 여부를 확인
했으나 이미 전 임직원들이 잠적한 상태여서 삼삼오오 모여 향후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이었다.

<>. 인천 =이 지역의 경우 파이낸스사마다 하루 평균 10여명의 출자자들이
문의전화를 하거나 돈을 빼달라고 찾아왔다.

회사들은 파장확산을 우려, 소문없이 출자금을 빼주고 있으나 언제 투자자
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 부천 지역 파이낸스들은 총액 출자금이 10억원에서 1백억원 사이로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개인 출자자도 광범위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파장은
적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 파이낸스사의 김모 팀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과대광고와
부실영업을 지속해온 파이낸스사들이 차제에 제대로 정리되면 건전한
파이낸스들이 정착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것"이라고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 대전 =파이낸스사는 모두 30여곳.

이들 가운데 점포를 갖추고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국민파이낸스와
가나 엠케이파이낸스 등 5, 6개에 불과하다.

15일 오전 대전지역 파이낸스사에도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 안전성을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사채업 수준이 대부분인데다 대표자와 안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있어 아직 본격적인 파장은 밀려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신규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사무소 소비자보호과 김청용씨는 "앞으로 파이낸스에 대한
투자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어떤 형태로든 자금악화로 인한 연쇄파문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광주 = 청구파이낸스 광주지점은 부산본점 임직원들이 일제히 잠적해
버림에 따라 영업을 중단한 상태.

이에 따라 고객중 일부는 15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사건을 접수시키고
잠적한 임직원들의 소재파악에 나섰다.

현재 광주시내 모처에서 임직원들이 모여 향후대책을 숙의하고 있다고
밝힌 한 직원은 "고객예탁금 1억4천만원은 건물임대보증금 2억원으로 모두
해결키로 했다"며 "직원들이 수백만~수천만원씩의 고객예탁금 확보를
조건으로 채용돼 우리도 같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 서울 =파이낸스업을 하겠다고 세무당국에 등록한 업체는 3백여개 정도.

이들 중 일반인들로부터 "예금"을 받으면서 성업중인 파이낸스사는 60~70개
정도다.

삼부 삼익 반도 종금 등 부산에서 상경한 파이낸스사들이 서울지역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서울지역 파이낸스사 객장에도 고객들의 방문과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만기가 된 예금을 안내준다는 건 부도를 낸 것과 같다"는 항의에서부터
"예금을 언제부터 찾을 수 있나" "여기도 혹시 망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서울지역의 경우 부산 등 지방과 비교하면 조용한 편이다.

파이낸스사 관계자는 "서울은 부산에 비해 파이낸스가 활성화하지 못해
고객수가 적은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