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22.아스트라)가 스폰서가 주최한 99삼성월드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3라운드 선두였던 캐리 웹(25.호주)은 최종일 후반 마지막 4개홀에서 2개의
더블보기를 범하며 1타차로 분루를 삼켰다.

박의 이번 우승은 숍라이트.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에 이어 시즌 3승째.

박은 우승상금 15만달러(약 1억8천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랭킹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선두에 1타 뒤진채 최종일 경기에 나선 박은 이날 12번홀까지 선두 웹과의
간격이 4타나 돼 우승이 멀어지는듯 했다.

승운은 13번홀(파4.3백40야드)에서 찾아왔다.

박의 어프로치샷이 그린오른쪽 병행워터해저드에 떨어졌다.

다행히 물속은 아니었다.

풀이 길었지만 칠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은 해저드표시 말뚝까지 뽑아낸뒤 그곳에서 샷을 날려 볼을 홀 4m지점에
떨어뜨렸다.

보기 위기.

박은 그러나 파세이브 퍼팅을 성공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반면 박의 뒷조였던 웹은 이 홀에서 어프로치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보기를
범했다.

두 선수의 간격이 3타로 줄어들었다.

남은 홀은 5개홀.

이때까지도 흠잡을데 없는 플레이를 펼치던 웹은 15번홀(파3.1백48야드)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1타차의 박빙승부가 됐다.

앞서가던 박은 17번홀(파4.3백95야드)에서 어프로치샷을 홀 50cm에 떨어뜨려
버디를 잡았다.

잠시동안의 공동선두.

연장전도 내다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웹도 지지 않았다.

웹이 그 홀에서 버디를 잡는 탄성이 18번홀 페어웨이에 있던 박에게
들려왔다.

다시 웹이 1타차 선두.

박은 18번홀(파5.5백30야드)에서 파를 잡아 합계 8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18번홀에 들어선 웹의 스코어는 9언더파로 여전히 1타리드.

티샷을 페어웨이 복판에 잘 날린 웹의 두번째 샷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다.

큰 나무 뒤였으나 어프로치샷을 날리기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

웹의 세번째샷은 그러나 그린앞 벙커에 빠졌다.

마지막 드라머의 시작.

강한 뒷바람때문에 조금 작게 친다는 것이 화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벙커샷(네번째 샷)도 그린을 넘어버렸다.

이렇게 되자 웹이 더 다급한 상황이 됐다.

약 5m거리의 칩샷이 들어가면 파로 우승, 그것을 붙여 1퍼팅으로 마무리하면
연장돌입이었다.

웹의 칩샷은 홀을 1.2m나 지나쳤다.

그리고 보기퍼팅마저 홀 오른쪽을 스치고 말았다.

갤러리들이 "세리"를 외치자 스코어링 텐트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세리는
로리 케인과 승리의 포옹을 하며 우승을 확인했다.

결국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고 했는가.

최종일 마지막 4개홀에서 2개의 더블보기로 우승을 날린 웹.

그래도 1타차 2위를 했으니 웹이 얼마나 우승에 다가 갔었는가.

< 미니애폴리스(미) 김경수 기자 ksm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