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나는 햅쌀로 정성스레 송편을 빚어 올리는 추석차례상.

화려한 모양새보다 조상에 대한 고마움을 담는 정성이 필요하다.

차례상차림과 차례예법은 각 지방의 관습이나 풍습, 가풍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오랜 전통을 유지해오는 가정도 적지 않으나 갈수록 그 절차나 격식이
간소화되는 추세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황명자 이사는 "최근 명절 상차림은 격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알뜰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사상차림의 기본은 크게 5열이다.

위쪽의 신위나 지방을 모신 바로 앞이 1열.

1열에는 양쪽에 촛대를 놓고 그 사이에 식사류나 계절음식과 술잔을 놓는다.

추석에는 밥이나 국 대신 송편을 올린다.

2열은 술안주자리로 서쪽부터 국수, 전, 적, 조기 순으로 놓는다.

특히 가운데 놓는 전과 불에 굽는 음식인 적은 차례상의 주요리가 된다.

제주를 기준으로 왼쪽부터 육적(고기) 소적(두부나 채소류) 어적(생선)을
홀수로 준비한다.

예전에는 이 3가지 적을 모두 따로 담아 냈으나 요즘은 대개 한가지만
진설한다.

3열은 탕류.

육탕 소탕 어탕을 홀수로 준비하는 것이 전통 예법에 맞지만 최근에는 간편
하게 북어와 고기 두부 등을 함께 넣은 합탕으로 한 종류만 놓기도 한다.

특히 추석에는 합탕에 토란을 넣는다.

4열은 숙채(익힌 나물)와 김치.포.식혜 등 반찬류를 놓는 자리다.

왼쪽에 포를 놓고 숙채 청장(간장) 침채(물김치) 식혜 순으로 차린다.

이중 식혜는 건더기만 건져서 올린다.

김치 또한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나박김치류를 건더기만 놓는다는 점에
주의한다.

숙채는 푸른색 갈색 흰색등 삼색을 갖추는 것이 기본.

푸른색 나물로는 시금치나 쑥갓, 갈색나물로는 고사리나 고비나물 등이
있다.

또 흰색 숙채로는 무나물이나 숙주나물을 마련하며 양념으로 마늘이나 파를
넣지 않고 참기름과 깨소금만으로 간을 해야 한다.

마지막 제주의 맨 앞줄인 5열은 후식류 자리다.

밤이나 배 사과 감 대추 등 과일류와 약과 강정등을 준비해서 차린다.

홀수로 준비할 것과 씨가 큰 복숭아는 놓지 않는다는 것이 유의사항.

각 열에 음식을 놓을 때는 다음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홍동백서"다.

제주기준으로 붉은 과일은 오른쪽에, 흰 과일은 왼쪽에 놓는다는 뜻이다.

또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놓는 "조율이시"와 김치는 오른쪽,
나물은 서쪽에 놓으라는 "생동숙서"가 있다.

차례를 지낼 때는 기제사와 달리 축문을 읽지 않고, 아침에 지내기 때문에
촛대를 놓더라도 촛불을 켜지 않으며 술은 한잔만 올린다.

차례를 지내는 제례순서는 신위봉안(상차린 뒤 지방을 써붙인 후 제주가
분향하고 모사에 술을 부은 뒤 참사자 모두 두번 절함)-초헌(고인에게 첫
술잔을 올림)-독축(제관이 축문을 읽고 두번 절함)-아헌(두번째 술잔을
올리고 재배)-종헌(제주의 근친가가 세번째 술잔을 올리고 두번 절함)-삽시
(숟가락을 밥에 꽂고 모든 참사자가 묵념)-헌다(숭늉이나 냉수를 국과 바꿔
놓고 숟가락으로 밥을 조금씩 세번 떠서 물을 만 다음 숟가락을 물그릇에
가지런히 놓음)-사신(참사자 일동 큰절)-철상(지방을 거둬 축문과 함께
불사르고 상을 물림)-음복(참사자들이 제사 음식을 나눠 먹음)순이다.

매년 차례상차림 강좌를 열어온 대한주부클럽연합회는 올해도 차례지내는
순서와 진설법, 절하는 법 등에 대한 실기강좌를 실시한다.

일시는 16일 오후 2시.

장소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주부회관이며 회비는 5천원이다.

(02)779-1535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