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컨테이너 화물을 실어나를 차량을
찾음"

지난 7일 운송 중개회사인 내셔널 트랜스포테이션 익스체인지(NTE)사의
웹 사이트(www.nte.net)에는 이런 글을 포함해 4백여건의 수송차량 수배
광고문이 게재됐다.

문구에서 알 수 있듯 NTE사의 웹 사이트는 하주와 운송 차량을 맺어주는
"수송 복덕방"이다.

운송회사의 차량들이 목적지까지 화물을 운반한 뒤 빈차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에 착안했다.

운송 회사들은 공차를 채울 수 있게 되고, 하주들은 긴급 운송해야 할
화물이 해결된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격이다.

95년 8월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는 인터넷을 활용한 "e 비즈니스"가 얼마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혁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NTE의 웹 사이트에는 벌써 3백50개가 넘는 운송회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연간 10만대 이상의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이름에 굳이 익스체인지(거래소)라는 이름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증권거래소와 똑같이 운송 수단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기회 손실의 해결은 그만큼 미국 경제 전반의 효율 및 생산성 향상
으로 연결된다.

e 비즈니스 혁명에 힘입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미국 우편공사는 지난 8월부터 세계 최초로 전자 우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웹 사이트(www.usps.gov)를 통해 이용자들이 직접 우표를 프린트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데이터를 보내 주는 방식이다.

대금은 온라인으로 결제한다.

"온라인 우표"의 출현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종이 우표를 발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고스란히 절감하게 됐다.

예컨대 미국내 보통 우편물에 부치게 돼 있는 33센트 짜리 우표를 발행
하는데 들어가는 제조 원가만도 15센트를 웃돈다.

하지만 전자 우표의 경우는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전송하는 것 뿐이므로
원가가 "제로"다.

뿐만 아니다.

연간 2억달러 어치가 넘는 위조 우표 문제도 간단히 해결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1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각국의 우표 시장에 전자 발행
시스템이 확대 적용될 경우 그 효과는 가히 혁명적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e 비즈니스와 관련된 투자에 돈과 아이디어
를 쏟아부으며 생산성 혁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인터넷 연구기관인 인터내셔널 데이터사(I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들
이 인터넷 관련 장비 및 서비스를 위해 투자한 돈은 6백4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은 본격적인 e 비즈니스 혁명을 향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IDC의 안나 지랠도 연구위원은 "미국 기업들이 e 비즈니스의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려면 오는 2002년까지 최소한 2천32억달러는 추가 투자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고 말한다.

e 비즈니스에 관한 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열기는 누구도 못말릴 정도다.

적자 투성이인 기업들까지도 빚을 내가며 신규 및 확대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형보다 이익을 내느냐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자국산 "글로벌 스탠더드"
조차도 e 비즈니스 무대에선 통하지 않는다.

94년 설립된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오는 2002년까지는 제대로 이익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아마존측은 수입이 생기는 족족 갖가지 투자로 돌려 쓰는데
혈안이 돼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완구 및 음반 판매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e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 지향적인 투자가 더 중요
하다.

''저물가와 고성장의 공존''이라는 뉴 이코노미(신경제)를 가능케 한 미국발
인터넷 혁명은 누구도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현재 및 미래 진행형"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