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인 표현으로 화제가 됐던 성교육 명강사 구성애씨는 10대 청소년을
"성의 시한폭탄"이라고 했다.

"아메리칸 파이"는 그 시한폭탄들이 첫경험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동안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처럼 성적 욕망과 행위를 암시하는
해괴망측한 장면들에 이어 그들이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영화의 주인공은 10대들의 성에 대한 태도를 대변하는 네명의 고3 남학생.

지미(제이슨 빅스)는 은밀한 자위행위에 눈떠가는 평범 내숭형이고
카사노바를 자칭하는 오즈(크리스 클라인)는 맘에 드는 여자애를 꾀기 위해
합창단에 들어가는 전략형.

케빈(토마스 이안 니콜라스)은 결정적인 순간에 대비해 비결서를 연구하는
학구파이며 핀치(에디 케이 토마스)는 신체특성을 거짓으로 꾸며 떠벌이는
허풍과장형이다.

졸업을 앞둔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총각딱지를 떼고 어른이 됐음을 과시하는
것.

그러나 주도권을 여자애들이 쥐고 있어 목적달성이 쉽지 않다.

이들은 거듭된 실패끝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졸업파티장으로 향한다.

고교생의 눈높이에서 보면 성적 유머와 상징의 정도가 다소 지나치다.

아들에게 포르노잡지를 사주며 조언하는 아버지의 정감어린 모습 등으로
우려낸 웃음과 이들이 결국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눈뜬다는 마지막 메시지
로 중화시켰다.

실수로 켜논 컴퓨터에 의해 은밀한 행위가 생중계되는 장면은 남의 사생활
엿보기에 열광하는 요즘 세태를 풍자한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개미"의 각본을 썼던 폴 웨이츠 형제가 메가폰을
잡았다.

18일 개봉.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